배성렬  국장
배성렬 국장

 

5년 전 ‘송파의 세 모녀’, 지난달엔 성북동 네 모녀에 이어 인천에선 딸 친구까지 4명이 숨진 채 발견돼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지난 23일 대구에서 40대 초반 부부와 중학생 아들, 초등생 딸 등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최근 6개월간 일가족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된 유사 사건이 7건이나 발생해 이미 30명이 숨졌다.

지난달 인천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40대 여성 가장 등 일가족 4명이, 위에서 언급한 성북동 다가구주택에서 네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그 사건까지. 앞서 7월달에는 탈북민 한성옥·김동진 모자가 아사(餓死)한 지 두 달만에 발견된 경우까지 반복되는 가족 자살 비극 사건을 개인의 불행이나 책임으로 가볍게 넘기기엔 뭔가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사회와 복지시스팀에 구멍이 뻥 뚫렸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문 정부에서는쏟아 붙는 재정 낭비의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이 같은 복지 혜택을 받아야 마땅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는 맹점에 대하여 가혹한 비판을 받는데는 이유가 있다는 점이다. 끼리끼리 복지, 저희들 끼리 나눠 먹는 복지가 성행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보건· 복지·노동 분야 내년 예산은 180조5000억원으로 전체 예산 512조원의 36%다. 

이 같은 복지예산 36% 차지하는 내역을 보면, 아동수당·기초연금 및 청년 구직수당 등 현금 살포성 복지 지출은 올해 48조원에서 내년엔 54조원으로 급증한다. 심지어 대통령이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 지급 우수 세무서 24곳에 피자 400판을 돌릴 정도로 현금을 뿌리는 복지행정에 열을 올리는 동안 잇 따르는 가정의 비극이 발생하고 있는 사회현상을 어떡케 설명할 수 있겠는가.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세금을 거둬들여 정부가 선심쓰듯 복지 지출을 확대하는 판국에 개인과 가정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이 상황에서이 정권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예산 부족이 아니라 복지 전달 체계의 문제점을 갈파해야 하는 문제가 급선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만 보더라도 복지 담당 공무원의 96%는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의 구도심에서 60대이상 고령자뿐 아니라 한참 일해야할 40·50세대의 고독사가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현 정부가 그토록 고집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좌파이념 때문에 가족의 헤체와 비극에 적잖은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도 한몫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 여파로 읿자리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이 와중에 한국경제의 허리를 떠받치고 가족 부양의 짐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30· 40대 취업자 수는 2017년 10월 이후 24개월째 감소세다.

일자리가 사라지면 가난한 국민들은 더 속수무책이다. 가족붕괴는 불을보듯 뻔한 사실이고, 가족 붕괴는 곧 전체 공동체의 붕괴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사회학적 견해다. 더 늦기 전에 현 정권은 현실을 적확히 직시하고 실용주의 방향으로 정책전환을 꾀해야 한다. 선심복지보다 비극을 막는 정책을 화급으로 선용하라.


 

저작권자 © 수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