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맛, 빛 좋은 개살구와 팔랑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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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맛, 빛 좋은 개살구와 팔랑귀
  • 김두일 기자
  • 승인 2020.01.09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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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국장
김두일 국장

 

옛말에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있다. 

겉모양은 그럴싸하게 맛깔나 보이지만 정작 시큼 떨떠름한 개살구의 맛에 빗대 모양은 좋으나 내실은 없는 행태나 사람을 일컬어 비유하는 말이다.

7일 오전 경기도지사 공관인 굿모닝하우스에서 경기도를 중심으로 신문을 발행하는 소위 31개 지방지와 1개 방송사 언론인들이 초청된 가운데 오찬 간담회가 진행됐다.

오찬 메뉴로는 간장양념의 안동찜닭과 새우튀김 그리고 생굴회가 주메뉴로 나온 가운데 연근조림과 김치 등의 반찬류를 포함 이십여 가지의 성찬으로 구색을 갖춘 모양새다.

일단 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였다. 그러나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정작 젓가락을 들고 맛을 보니 주인공을 기다리다 식어버린 새우튀김에다 난방기에서 뿜어져 나온 더운 기운에 선도가 떨어진 생굴회(먹기에도 다소 불편한 조합...제철이라는 이유 한가지만으로 나온 듯 하다.)에 닭고기의 잡내가 살짝 배어 나오는 찜닭과 당면의 식감으로 인해 더 이상의 맛보기를 포기한 채 밥과 국이 나오기만 기다리게 됐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나온 밥과 미역국도 이내 실망감을 주고 말았다. 

다소 푸석해 보이는 모양새의 밥에 그래도 밥인데 라는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졌고 원산지를 가늠하기 힘든 밥알이 주는 식감에 끝내 반 공기도 넘게 남은 밥은 주인을 잃어버렸다. 

미각을 잃게 만드는 것은 밥상 위의 화려한 메뉴 만이 아니었다.

한두 곳에만 집중되는 젓가락질처럼 밥반찬이 되어야 할 대화는 일방적인 분위기에서 소수만의 독차지가 되어 버렸다. 

소통을 위한 양념이 되어야 할 대화거리들이 주메뉴가 되어 버리고 또 그 본론들이 다시 질문이 되는 상황이 반복되어 졌다. 

누가 봐도 편식인 듯 대부분의 밑반찬은 손조차 대지 않고 남겨졌다. 

포도주 대신 포도주스를 와인잔에 부어 외친 건배사는 이 날의 오찬 그 자체를 적나라하게 대변한다. 낮술이 불편하면 차라리 유리잔에 포도주스도 나쁘지 않다. 와인잔에 포도주스는 와인잔이 무시를 당하는 대목이다. 취지는 좋았으나 차라리 유리잔이 나았을 뻔 했다. 

그의 화려한 언변과 튀는 행동 그리고 일사천리식의 일처리방식은 많은 이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듣고 보노라면 마치 오찬장의 멋드러진 조합들처럼 첫 대면에 부푼 기대감을 갖게 된다. 그러나 정작 젓가락을 들면 이리저리 방황하게 된다. 그 와중에 편식이다. 

이지사는 이날 특정 매체 언론인들에게 거의 90프로 이상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의 젓가락의 대부분이 안동찜닭에 꽃힌 것처럼...

매일 천명을 만나도 임기 내에 고작 60여만 명 정도 만날 수 있다는 너스레마냥 도지사의 일상은 빠듯하기만 하다. 평소에 먹고 싶은 것만 먹고 마시고 싶은 것만 마시면 단명하기 딱 좋다. 입에 쓴 나물이 몸에 좋듯이 젓가락이 가지 않아도 억지로 나물이며 야채며 고루 챙겨 먹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미각에도 좋다. 

아쉽게도 향긋한 말들과 톡 쏘는 사이다 발언이 온통 주변을 감싸고 있는 곳에 세월을 담은 청국장같이 묵은 지혜는 어울릴 곳이 없었다.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주인을 잃어버린 도서관들은 마치 설익은 스마트폰 속 레시피에 밀려 버린 묵은 손맛처럼 무너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혜는 깊고 지식은 얕은 것임을 알아갈 때 비로소 음식들은 제맛을 낼 것이다. 

그러던 중 유심히 이지사의 귀를 보게 됐다. 귓불이 넓고 모양새가 시원해 보이는 게 팔랑귀처럼 생겼다. 남의 말을 잘 듣는다는 팔랑귀. 

1,360만을 품어야 하는 경기도지사는 겉모양만이 아니라 속도 팔랑귀가 되어야 하지 않을 까...

새해 첫 만남의 자리에 빛 좋은 개살구처럼 차려진 오찬과 대화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라도 묵은 지혜와 포용력을 겸비한 도정을 기대하는 데는 그의 팔랑귀가 한 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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