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인 아기 만라이바야르는 선천성 복합 심장 질환을 갖고 태어났다. 생후 2개월부터 감기와 폐렴이 반복돼 검사를 받은 결과 ‘팔로 네징후’를 진단받았다. 몽골의 의료 기술로는 수술이 어렵다고 했고, 해외에서 수술을 받으려면 몽골 화폐로 2만5000투그릭(원화 5600만원)이 필요했다. 부부의 한달 소득은 35만원, 아이의 치료를 위해 울란바토르시 인근 낡은 게르에서 생활하며 병원비를 벌어보았지만 당장 폐렴 치료조차 버거운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8월 한국인 의료봉사팀이 울란바토르시 비양골 구청에서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진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천대 길병원 흉부외과 최창휴 교수 등으로 구성된 봉사팀은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50명을 진료했다. 이 가운데 수술의 시급성 등을 꼼꼼히 따져 5명의 어린이를 한국으로 초청했다. 

아이를 살리겠다는 부부의 간절한 마음 덕분에, 만라이바야르는 지난 10월 15일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됐다. 아이와 함께 한국에 온 엥크게린씨는 “감사함을 말로 다 할 수 없다”며 “아이를 건강하고 바르게 키우는 것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해외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초청 치료 사업 일환으로 10월 15일 초청돼 치료받은 몽골 어린이들에 대한 완치 축하 행사를 2일 병원 병동에서 개최했다. 이번에 초청된 어린이들은 지난 8월 현지 진료에서 선정된 5명으로, 10월 17일부터 24일까지 차례로 수술을 받고 6일 출국을 앞두고 있다. 

이번 초청 치료는 가천대 길병원과 인천시가 협력 초청하는 ‘인천시 아시아권 교류도시 의료지원사업’으로 진행됐다. 또 밀알심장재단, 여의도순복음교회, 모리스심장협회,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 등 후원기관들의 도움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어린이들의 완치를 축하하기 위해 병원 임직원을 비롯해 박상진 인천시 국제관계대사, 후원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해 아이들의 건강을 기원하고, 부모들을 격려했다. 또 각 기관에서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고 현지진료부터 초청, 수술, 회복에 이르는 경과를 다시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환아들의 부모님들이 특별한 깜짝 공연을 준비해 의미를 더했다. 부모님들은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한국어와 몽골어로 번갈아 부르며 의료진과 후원기관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틈틈이 연습한 한국어 노래실력에 한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묻어났다. 또 냉등에르뎅(5개월)의 엄마 바상잘갈씨는 손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편지에서 “치료해줄 수 없는 딸을 보며 대신 아파줄 수 없어 절망의 날들을 보냈다”며 “기적처럼 한국에서 치료를 받게 됐고, 아이가 수술 후 한국에서 눈에 띄게 성장하는 것을 보며 너무나 기뻤다”고 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1992년 베트남 여성 환자 도티늉씨(당시 24세) 초청 치료를 계기로, 해외 심장병 어린이 초청 치료를 26년째 지속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인천시 아시아권 교류도시 의료지원사업’으로 124명을 포함해 총 17개국 417명의 어린이에게 새생명을 선물했다.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난 어린이들은 기능이 약한 심장으로 인해 성장이 더디고 폐렴 등 각종 합병증에 시달리게 되며,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받기도 한다. 

김양우 가천대 길병원장은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 우리 국민들 중에도 선진국의 도움으로 희망을 찾은 사례들이 있었다”며 “해외 심장병 어린이 초청 치료 사업은 우리가 받은 도움을 보답하고자 하는 약속으로, 도움이 필요한 저개발국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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