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아


서울에 집이 있는 사람은
집에서 놀고
서울에 집이 없는 사람은
서울에서 논다

밤이 다가오자
서울역 1번 출구 광장
서울에 집이 없는
노숙자 사이를 지나

서울에 집이 없는
서울 주변 사람들
기웃기웃 오지 않는 버스
기다리다 지친 표정들.

서울에 오려면 과천에서부터 긴다는 옛말이 있다. 대과를 보려면 반드시 서울에 와야 했던 과객들은 과천쯤에 닿아 지쳤을 테고 그때쯤이면 여비도 떨어져 기다시피 남태령을 넘어야 했기에 기어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주는 다른 뜻은 서울과 지방의 차이점이 너무나 커서 말씨까지 다른 도회의 위세를 어쩌지 못한 지방민의 서러움을 말하는 것이다. 이 말은 서울에서 산다는 자부심에 지방민을 무시하는 오늘날의 사회병패를 나타내는 말도 된다. 지금 강남은 대한민국이지만 또 다른 별천지다. 집값이 폭등하고 그곳의 물가가 다른 곳보다 훨씬 비싸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무관심이다. 오르면 오른 만큼의 수입이 생기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위세를 잃지 않는다. 오죽하면 강남불패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이영아 시인은 위성도시가 되어버린 지방에 살면서도 삶의 터전은 서울에 두고 산다. 그러나 서울의 이방인이다. 서울을 지탱하는 뿌리이면서도 서울의 이방인들이 되어 하루의 고단함을 이기며 지하철을 타야하고 짧은 밤을 지내고 다시 서울에 기대야 하는 삶, 더구나 지하철 입구에서 만난 노숙자들의 형편에서 자신의 남루를 본다. 오늘을 살아가면서 사회의 병패를 지적한 시인의 감성이 서울 전역에 젖었으면 좋겠다.        -이오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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