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빈

둥글게 살아도 속까지 다 보여 달라고 하면 
날마다 모서리 지우는 달은 뼈마디가 아프잖아
반쪽을 떼어내도 속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눈썹만 하게 야위어갈밖에…

비워낸 생채기마다 어둠 수북이 쌓고 있어
다시 어둠 끌어안고 부풀려볼래
둥글어지는 시간 빨라지고 그럴싸해지면
맑은 숨결 불어넣겠어, 더 더 더 둥글어질 때까지

어둠 속에서도 달은 항상 둥글어지고 
그 속에 자리 잡은 나도 둥글다고 느껴

이젠 혼자 굴러 보겠어, 최대한 낮게 나를 낮추고

사람이 알고 있는 것 중에 불변의 진리는 존재하고 달은 분명 둥글다. 이것이 현재의 진리다. 그래서 달이 둥글다고 하는 것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며 타인에 대한 신뢰다. 김해빈 시인은 자신의 진실을 누군가에 전한다. 감각적인 언어 구사로 자신이 가진 사상과 그것에서 파생된 믿음으로 변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억울한 일이 많다.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확실한 증거를 내밀지 않는 한 믿어주지 않는 것이 세상이다. 그때마다 생긴 생채기는 딱지로 여기저기에 붙어 다녀서 말하기조차도 지친다. 어둠을 끌어안고 각을 지우며 진실을 밝히고자 둥글어져 가는 시간을 재촉한다. 달은 우리 눈에 초승달로 반달 둥근달 그믐달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지만 근본은 둥글다. 맑은 진실의 숨결을 불어넣어 다시 둥글게 만들려고 한다. 나를 가장 낮은 자세로 낮추면서 모두 둥글어지기를 바란다. 세상의 억울함을 대변하고 있다. 이것이 시인이 가진 언어유희의 능력이다. 사실이 아니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을 뻔한 일을 달은 둥글다는 진리를 내세워 이 땅에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의사소통이 이뤄졌을 때 비로소 시의 목적이 이뤄진다고 하겠다. -이오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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