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숙 시인


새로 맞춘 안경을 찾아서 끼고
첫눈 내린 길을 걷는다
올 때 본 거리
그 풍경이 낯설게 보인다

나를 마주하고 오는 사람들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져 표정이 없다
푹 눌러쓴 모자
구부정한 어깨 때문에 등 뒤 하늘이 깊다

일 년 넘게 일상을 점령한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은 스스로 섬이 되어
바닷속처럼 웅얼웅얼 멀미를 앓거나
웅크린 겨울산처럼
헐벗은 나무들의 제자리 제자리 
어깨 흐느낌을 닮아간다

오늘은 대설이라고
때맞추어 하늘은 밤새 첫눈을 보내어
마음 속 녹슨 거울을 닦게 하지만
금세 녹은 것을 보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가리라 하지만


시력은 사람의 몸가짐과 성격을 바꾼다. 안경은 잃어버린 시력의 전부를 찾게 해주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시력을 회복시켜 사물을 구별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홍정숙 시인은 이러한 안경의 특성을 첫눈과 대비하여 시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온 세계가 코로나 19로 인하여 혹독한 고난을 주고 있는 현실에서 새로운 안경을 쓴 역경과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이목구비를 몰라보게 하는 고난을 합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첫눈은 누구나 설레게 하는 자연현상이지만 사람에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한다. 모든 허물을 덮어주고 새로운 풍경을 열어 사람이 잊고 지내던 추억과 환상을 맞이하게 한다. 감성의 약속으로 첫눈 내리는 날 어디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나 차가운 속성에서 따뜻한 감성을 느끼게 하는 첫눈, 전염이 염려되어 스스로를 가두고 섬이 되어버린 현 시대를 사는 사람들 첫눈이 내려 온통 하얗게 된 세상에서 새로운 희망을 품고 마음 속 녹슨 거울을 닦아 환하게 보여준다. 삶을 성찰하고 자기의 거울을 확실하게 찾아낸 작품이다.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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