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시) 집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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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시) 집 25
  • 수도일보
  • 승인 2021.06.1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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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재순 시인

더듬거리며 세상 다 헤맨 듯한
허허갯벌 구멍집
제 몸을 들이느라
온몸으로 뚫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어디엔가 두고 온 게 있는지
입 딱 벌어지는 일이 있었는지
미처 문조차 마련하지 못한 집
몸을 아주 작게 줄여 들어가
발가락 간질이며 한 잠 들고 싶은
눈발 들이치는 한밤

인간세상은 가난과 부자가 공존한다. 빈부의 차이는 어떠한 군주가 집권해도 고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고금을 통해 증명되고 있다. 한데 무엇으로 빈부의 차이를 가르는가. 인간은 뇌의 움직임 즉 마음으로 사는 존재다. 있든 없든 자신의 의지가 부자라면 부자이고 가난하다고 포기하면 가난하다. 결국 빈부의 차이는 보이지 않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지만 삶의 형편에서 차이를 두고 우리는 그것을 판단하고 평가한다. 결국 빈부의 차이는 남의 눈에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의지력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채재순 시인의 집은 갯벌에 사는 칠게나 농게의 생태를 있는 그대로 그린 것 같으나, 갯벌의 게 생태에서 옛날 초가집에 살면서 작은 문을 통해 구부리며 드나들고 좁은 방에서 형제끼리 한 이불을 덮고 서로 발가락장난질을 하며 추운 겨울날을 보낸 추억을 펼쳐내고 있다.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의 맛을 보게 한 것이다. 더듬거리며 세상을 다 헤맨 듯한, 문조차 마련하지 못한 집, 발가락 간질이며 한잠 들고 싶은 눈발 들이치는 한밤, 등의 표현에서 이런 시절을 보낸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낀 감정이 보지 않아도 잘 전달된다.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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