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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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달
  • 수도일보
  • 승인 2021.07.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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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문자 시인


낙관으로 걸어둔
보일 듯 말 듯
팔랑팔랑 나비 손

고요한 나목에
흰 적삼 한 벌 얹어 두었네

엄니 기다리는
삼거리 포구나무숲
살며시 얼굴 내민 순한 들불 하나

돌아가는 길 돌아오는 길 외로울까봐
소롯길 눈썹달로 일어서네

들을 지나 산을 건너
고개고개 넘어가네
강을 이고 강을 지고
굽이굽이 흘러가네


어머니는 멀리 나간 자식들이 그리워 온다는 소식이 없어도 오는 길목에 서서 하염없이 기다린다. 해질녘까지 기다리다 낮달이 떠오르면 그것을 치맛자락에 매달고 터벅터벅 돌아온다. 그러면서도 계속 뒤돌아보다가 어느덧 고갯마루에 올라서면 붉어지는 달빛에 젖어 한숨 한 번 길게 내쉬고 굽힌 허리를 편다. 그러나 자식들은 그것을 알기나 할까. 보내주는 식량이나 용돈을 더 그리워하고 어머니는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저희는 저절로 큰 줄 아는 게 자식들이다. 손문자 시인은 그것의 회한에 젖어 낮달을 마주했다. 고향 땅 고갯마루에 서서 지금은 계시지 않는 어머니의 얼굴을 낮달에 그렸다. 이제는 어머니의 길에 낮달을 걸어두고 어머니의 안녕을 위하여 소원을 빈다. 낙관처럼 희미하게 보일 듯 말 듯 내민 손으로 흰 적삼 한 벌 나무에 걸어두고 자신의 얼굴에 불 밝힌 순한 딸, 그러나 어머니는 돌아오지 못한다. 그곳에도 훤히 보일 낮달이 소롯길 눈썹달로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어머니를 그린다. 들을 지나 산을 넘어 고개 어가는 달이 강을 이고 강을 지고 굽이굽이 흘러가는 것을 보며 수없이 어머니를 부른다. 이러한 작품이 때로는 심금을 울려 독자들의 눈을 세우는데, 이것은 잊었던 어머니의 존재를 불현듯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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