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한규

백 살로 태어나서 한 살이 되도록
오래오래 살아봤으면 좋겠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떤 자세로 살아갈는지 궁금타
과욕은 선행으로 다지고
미움은 사람으로 버무리고
아픔은 온기로 보듬고
내가, 아빠 엄마가 먼저 되어 본 뒤
아이가 된다면
모든 게 쉽게 이해되고 용서될까

삶의 가치가 다를까
음지가 양지 되고 을이 갑이 되듯이
돌아서 현실이 꿈이 되는
일등보다 꼴찌가 더 돋보이는 세상

날이 샜다 꿈 깨라

우리는 하나부터 정리 된 순서대로 세는 것에 익숙하여 백 부터 거꾸로 세어보는 것은 어렵다. 하나 부터는 순서대로 그대로 이어가면 되지만 거꾸로 했을 땐 다음을 미리 생각해야 틀리지 않고 셀 수 있다. 이것이 습관이다. 대대로 이어오는 법칙대로 한다면 어려울 게 없어 그냥 그대로 살면 편하다. 그러나 이를 억지로 돌려 세여보고 중간에서 또는 앞뒤로 돌려가며 세어보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엉뚱하고 못난 짓 같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분류의 사람들에 의해 인류는 발전하고 새로운 것을 습득했다. 과학, 철학, 종교 등 모든 학문에서 역행의 법칙을 만들지 못했다면 기존의 틀에 갇혀 인류는 제자리에 머무르고 말았으리라. 안한규 시인은 삶의 기한을 100살로 정했다. 처음부터 시작한 게 아니라 끝에서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있다. 처음부터라면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배워가며 끝을 보지만 끝에서 부터라면 미리 알아버린 뒤라서 사는 재미가 없다 .한데 다르다. 이미 습득한 지혜로 과욕은 선행으로, 미움은 사람으로, 아픔은 온기로, 먼저 부모가 되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며 모든 것을 용서와 화해로 정하고 그대로 살기를 꿈꾼다. 삶의 가치를 역지사지에 두고 사람의 삶이 사람답게 되기를 원한다. 이것은 현시대의 사람들이 욕망, 미움, 불신 등에 물들어 사회를 무질서하게 만든 혼란을 극복하려는 과제로 제시 한 것이다. 그러나 역시 꿈이다. 일등 보다 꼴지가 더 돋보이는 세상은 역시 꿈이다. 그래도 시인의 자격으로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거꾸로 돌려서라도 욕망에 찌든 사람들을 사람답게 만들고 싶은 것이다.     
-이오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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