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

세상의 바람 중에
솔바람만큼 영원한 초록이 있을까
사람의 일 중에
진실만큼 짙은 호소력이 있을까
세상의 말 중에
거짓말만큼 새빨간 속임수가 있을까
사람의 감정 중에
우울만큼 깊은 우물이 있을까
사람의 사랑 중에
옛사랑만큼 희미한 그림자가 있을까
세상의 사람 중에
시인만큼 변화무쌍한 계절이 있을까
세상의 시(詩)중에
고독만큼 자신을 고립치로 만드는 성지(聖地)가 있을까

제각기 자기 색깔
제각기 자작(自作)나무


우리는 이치로 보아 마땅하다는 당연(當然)이란 단어를 알고 있다. 사랑은 주는 것이 마땅하고 부모에게는 효도를 다 하는 게 마땅하고 형제간에는 우애가 마땅하고 친구는 의리를 다하는 게 마땅하고 등등 사람의 삶 속에는 모든 것이 마땅해야 정의와 공정이 지켜지는 자유로운 세상이 된다. 자연은 사람에게 사람은 자연에 주고받으며 서로 보호하고 지켜줘야 영원한 안식처를 만들 수 있으며 사람이 사람을 인정해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 일상에서 마땅하다는 것이 지켜진다면 아무것도 걱정할 것이 없다. 그래서 당연한 일은 거론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듣는 무언의 약속으로 정의되어 하나 마나 한 말이 되기도 하여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살아간다. 그게 사람이다. 마땅한데 무엇을 더 말할까. 천양희 시인은 그러한 당연한 이치를 당연하게 시로 승화시켰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사람의 하나 마나 한 말을 시인에게 던진 것은 시의 정의를 확고부동하게 정리하여 세상으로 보낸 것이다. 솔바람만큼 초록이 있을까. 진실만큼 호소력이 있을까. 거짓말만큼 새빨간 속임수가 있을까. 우울만큼 깊은 우물이 있을까 등 당연한 말을 던지고 세상의 사람 중에 시인만큼 변화무쌍한 계절이 있을까를 강조하여 사람 중에 시인이 가장 사람답다고 주장한 후, 세상의 시 중에 고독만큼 자신을 고립으로 만드는 성지가 있을까 시인이 가진 특성을 한마디로 정의하였다. 또한 시인은 제각각 자기 색깔이 분명하며 제각기 특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60년간 시를 써온 원로시인으로서 그동안의 쌓아 올린 시탑에서 시를 내려다보고 시인의 특성은 각각 다르므로 시를 쓰되 자기만의 시를 쓰라는 충고를 한 것이다.   -이오장-

저작권자 © 수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