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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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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애
  • 수도일보
  • 승인 2022.01.23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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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길자


흐릿한 기억 속에 당겨지는 끈이 있다
미운 정 고운 정을 한 끈에 다 잇고 싶어

내 심장
깊은 곳까지
실핏줄로 엮는다

꾸지람엔 마음 밭이 무척이나 쓸쓸하여
가끔은 매인 고삐 풀어 달라 외쳤지만

그 혈연
아니었다면
실낱처럼 엷었겠지

사랑에도 종류가 있다면 몇이나 될까.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형제의 사랑, 연인의 사랑과 동지애, 전우애, 이웃 간의 정 등등 사랑이라고 이름 붙인다면 의외로 많다. 대게는 연인과 부모의 사랑을 우선 떠올리게 되어 사랑의 으뜸이라고 말하는데, 어쩌면 사람은 사랑으로 시작하여 미움으로 끝나는지도 모른다. 극과 극으로 치닫다가 파멸에 이르는 사랑이 많기 때문이다. 결국 사랑과 미움은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붙어 있어 어떠한 순간에도 자극적으로 움직인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파멸의 길로 들어가는 경우도 있고, 죽고 못 산다는 연인들도 한순간에 원수가 되는 예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런 사랑의 인간관계에서 형제간의 사랑은 어떤가. 한 핏줄로 이어지고 한 이불 덮으며 자라온 혈육이라지만 우리는 형제의 다툼을 많이 보아왔다. 대부분 재산상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사소한 감정으로 싸우게 된다. 그러나 인간관계에서 형제간의 관계는 어떠한 조처를 해도 갈라지지 않는다. 떨어져 있어도 핏줄이라는 관계는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나무에 동풍이 분다고 동쪽 가지만 흔들리고 서풍 분다고 서쪽 가지만 흔들리지 않는다. 어느 바람에도 함께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형제는 싸우고 헤어졌어도 영원히 떨어질 수 없는 관계다. 진길자 시인은 형제간의 사랑이 어떤 것인가를 체험으로 느꼈고 사랑으로 풀어내었다. 미운 정 고운 정 한 끈에 다 잇고 싶어 심장 깊은 곳까지 실핏줄로 엮는다. 가끔은 매인 고삐 풀어내려는 갈등을 겪었지만 곧바로 그 혈연이 아니었다면 삶이 고달팠을 거라는 고백으로 형제의 사랑을 잊지 않는다. 그렇다. 형제가 없다면 외롭다. 친구와 연인이 있어도 형제는 언제나 우선으로 챙겨야 하는 귀중한 존재다. 사회가 아무리 험악하다 해도 형제만큼은 하나의 끈으로 묶인 공동체다. 어지러운 세상에 형제의 사랑을 강조한 시인의 심성은 세상을 부드럽게 감싼다.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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