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이 되면 자연스럽게 짝을 찾게 되고 새로운 꿈에 젖어 가정을 꾸린다. 삶에서 가장 가치가 크고 성스러운 것은 인연의 짝을 만나는 것이며 만남에 의하여 삶의 방향이 전해진다. 이때의 만남이 생의 전부를 좌우하고 행불의 잣대가 되어 그 사람의 운명을 지배하여 사회적인 영향으로 번져간다. 화목하게 출발한 가정이 끝까지 화목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지만 인생 최대의 만남답게 가정을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원만하게 꾸려간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랑이다. 사랑의 인연으로 만나 영원히 함께하자고 맹서하여도 가는 길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게 되어 파경이 이르는 가정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명목은 핑계에 불과하다. 자연스럽게 만나 책임감을 우선하지 않는다면 사랑도 소용이 없다. 그런 것이 사람의 삶이다. 우리는 가끔 사랑을 확인한다. 물질적인 것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서로에게 묻는다. 죽어 저세상에 가서 다시 태어나도 서로를 사랑하겠느냐고 물음을 던진다. 이럴 때 선뜻 대답한다는 건 어렵다. 진담으로 들었다면 등에 땀이 흐를 수도 있고 농담으로 들었다면 너무 가볍게 넘겨버려 서로 속상할 수도 있다. 임문혁 시인은 이의 해답을 찾았다. 남자만의 해답이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답을 찾은 것이다. 달빛은 물 위를 적시고 별빛은 물속을 비춘다는 말과 같이 별의 엄마가 되겠다고 대답한다. 낳는다는 것은 어머니가 되고 싶다는 것이고 별을 원한다는 것은 속을 알겠다는 것으로 현생의 삶은 만족하지만 서로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되물어 은연중 불만이 섞인 대답을 한 것이다. 이 정도의 해답을 찾기에는 삶의 정점이 무엇인지를 아는 대답으로 시인의 지혜로운 위트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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