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기자)맹렬한 무더위가 찾아온 가운데 경기도 내 각 지자체마다 폭염에 대한 대비책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지역민 간 불평등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경기도 내 각 지자체는 폭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늘막 설치 살수차 운행 등 대책을 내놨다.

문제는 이렇다 할 기준이 없어 각 지자체마다 결과가 상이해 각 지역민 간 차별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확인해본 결과 수원시 내 그늘막은 모두 392개소, 구리시 내 그늘막은 모두 84개소다. 수원시의 면적이 121.04, 구리시의 면적이 33.29인 것을 감안하면 그늘막이 약 300m간격으로 설치된 것. 반면 안성시와 파주시는 그늘막 간 거리가 각각 9.2km(그늘막 186개소 대비 면적 672.78), 8.7km(그늘막 60개소 대비 면적 553.41)에 달한다. 지역민 간 차별이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파주시에 사는 오모씨(35, )가끔 마트를 가기 위해 걸어다니는데 그늘막을 본 기억이 없다.”다른 곳은 그늘막이 곳곳에 설치돼 있던데 왜 이렇게 차이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안성시민은 우리처럼 젊고 건강한 사람은 문제없지만, 노인이나 아이들은 오랫동안 햇볕에 노출될 경우 위험할 수 있다.”탁상행정 말고 정말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일부 논문에 따르면 햇볕에 15분 동안 노출되면 탈수나 탈진증상이 올 수 있다.”, “그늘막 간 거리가 15분 내 있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대한걷기연맹에 의하면 일반인의 평균 보행속도는 4km/h. 이를 환산하면 1km15분이 걸린다. 노인이나 어린아이의 경우 보행속도가 느린 것을 감안하면 그늘막 간 거리가 1km보다 더 가까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어쩔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허용되는 예산이 한정적이라는 것.

파주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지침을 기준으로 예산 내 그늘막을 설치하고 있다.”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피력했다.

안성시 관계자는 그늘막 설치를 많이 하고 싶어도 예산이 한정돼 있다.”, “단기적인 사업이 아니라 장기적인 사업인만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늘막 간 거리보단 설치하는 장소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채여라 박사는 그늘막 설치를 일정 거리마다 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는 없다.”그보단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준이 없는 게 문제라는 인식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에 따르면 각 지자체 간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행안부다. 행안부에서 지침을 내리지만 강제의무사항은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 그는 폭염을 대비한 모든 행정이 권고사항인데다 지자체 판단에 따르게끔 돼 있다, “만약 시민이 폭염피해를 입어도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행안부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기준을 내리기엔 각 지자체마다 상황이나 여건이 너무 다르다는 것. 행안부 관계자는 기준을 만들고 싶어도 각 지자체 간 사정이 달라 일괄되게 적용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살수차 운행에 대한 필요성 여부도 논란이다. 도로에 물을 뿌리는 게 일시적으로 온도를 내릴지 모르지만 큰 효용은 없다는 것.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물 뿌리면 잠깐 시원하다고 느낄 수는 있지만 그래봐야 5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땐 크게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전문가도 캘리포니아처럼 습하지 않은 지역이라면 물 뿌리기가 효과있겠지만, 우리나라처럼 습한 나라에는 오히려 습도를 올려주는 꼴만 될 뿐이라고 혹평했다.

이 때문에 도내 지자체 가운데선 살수차를 운행하지 않는 곳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해당 지자체는 살수차 운영이 필요한가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을 안고 있다.

문제없다는 입장도 있다. 살수차 운행이 달궈진 도로의 온도를 낮춘다는 것. 수원시 관계자는 도시열섬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살수차를 운행하고 있다.”, “살수차 운행이 달궈진 아스팥트 온도를 낮추는데 효과가 있다.”고 언급했다.

살수차 운행을 멈추는 게 곤란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습도가 올라가는 부분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운행을 멈출 수는 없다.”고 전했다. 그간 폭염 대비로 진행한 살수차 운행을 그만두기 위해선 그만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난 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살수차 운행으로 올라간 습도가 폭염피해를 가증시킨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그는 그늘막 설치, 살수차 운행 등 각 지자체 간 대응이 이토록 차이나는 것은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며, “행안부에서 하루 속히 지자체들의 상황을 고려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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