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매년 최소 1000명 이상 늘릴 전망이다./연대 세브란스 병원, 위 사진은 특정 기사와 상관없음.(사진=수도일보)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매년 최소 1000명 이상 늘릴 전망이다./연대 세브란스 병원, 위 사진은 특정 기사와 상관없음.(사진=수도일보)

정부가 의대 정원을 1천명 이상 파격적으로 늘릴 예정인 가운데 임기 내 의대 입학정원을 최대 3000명 더 늘리는 방안도 알려지면서 간호법 제정안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의료계가 의대 정원 확대로 다시 갈등의 불씨가 거세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지역 의료 수준을 강화하고 의료진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국립대병원 의사 인력 및 임금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의료계는 이번 조치에 강력히 반대하고, 아직 이 문제가 합의되지 않았다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이 예상된다.

정부와 국립대병원 관계자는 16일 국립대병원의 정원 규모와 인건비 총액 등에 관한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 교육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정부는 오는 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열고 오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표에 나선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기로 한 것은 의사 부족으로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라는 용어가 나오고 소아과가 없어 인근 도시까지 2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등 지역 보건의료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료 서비스 수요 증가와 필수 의료 인프라 붕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당초 내부에서도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시 줄였던 10%(351명)를 다시 늘리는 안과 인원이 적은 국립대를 중심으로 521명을 늘리는 안이 논의됐다.

의과대학 정원 증원과 관련해 정부 핵심 관계자는 “2025학년도에는 의대 정원을 1000명 정도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며 “순차적으로 정원을 더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 정부 임기 동안 학생 수를 최대 3000명까지 늘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국내 의대 학생 수를 확대하겠다는 대통령실의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의대 입학 정원은 2006년 이후 지금까지 18년째 3,058명에 묶여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2021년도 기준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한의사 포함, 치과의사 제외)는 2.6명이다. 이 수치는 OECD 평균인 3.7명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제출한 30개 회원국 중 멕시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2.5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의료 수요도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961만 명이다. 의료기술의 발전과 기대 수명의 연장으로 인해 이 숫자는 2050년까지 1,9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증가하는 의료수요를 충족하려면 2050년까지 22,000명 이상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소아과, 외과, 응급의학과 같은 중요한 의료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기피하는 데 있다. 이윤 추구에 힘입어 의과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많은 필수 의료인들은 저소득과 까다로운 근무 조건으로 인해 지원을 주저하고 있다.

통계청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의사의 연평균 임금은 2억3070만 원으로 국내 임금근로자 평균 연봉(3997만원)의 6배에 다란다. 지방병원은 필수의료 인력을 구하기 위해 수억 원의 연봉을 내걸어도 지원자를 찾기가 어렵다. 국내의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해외 주요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특히 선진국들은 고령화로 의료 서비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의대 정원을 더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과 인구가 비슷한 영국은 고령화에 대비해 2031년까지 의대 정원을 1만5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국은 2020년에 의대 42곳에서 한국보다 3배 많은 8639명을 모집했다.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이다. 현재 교육부는 복지부로부터 적정 정원에 대해 통보를 받고 전국 의대의 변경 신청을 검토하고 지역별, 대학별 세부 여건을 고려해 의대 정원을 결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 대학은 전년도 4월까지 대학전형 시행계획서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관한 정부 논의는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마무리돼야 한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가 충분한 논의 없는 일방적 추진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의협 등 의사 단체가 일방적 추진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사진=수도일보)
의협 등 의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가 일방적 추진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사진=수도일보)

한편 의대 정원 확대에 당사자인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가 충분한 논의 없는 일방적 추진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 발표는 “일방적”이라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단순히 입학생 수만 늘린다고 필수의료 의료진이 늘어날 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의료계가 비전문가의 정치 논리에 휘둘린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학생 증원 확대를 강행하면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2020년 의과대학 학생 수를 매년 400명씩 늘려 10년에 걸쳐 총 4000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을 때에도 대한의사협회 등 단체들은 이 제안에 반대하는 파업을 벌였다.

의협은 오는 17일 전국 의사대표자 회의를 긴급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지난 15일 비공개로 열린 고위 당정 협의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 발표를 앞두고 의료계 반발과 이에 따른 대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한 의대 신설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원을 300명 정도로 늘리면 의대을 신설하지 않고도 기존 의과대학을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 수가 1,000명을 넘으면 새로운 의과대학이 신설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 기존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연구중심의 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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