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렸다.(사진=수도일보)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렸다.(사진=수도일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 3.50%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올 2월에 이어 여섯 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수준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뚜렷한 경기회복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일단 동결한 뒤 상황을 지켜보자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그 배경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중국 경제 부진에 따른 국내 경기 회복세가 보이지 않는 점등이 금리 동결에 무게를 실었다.

또한 치솟은 가계부채와 경기둔화에 이어 높아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우려도 동결 요인으로 풀이된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과의 격차는 역대 최대치인 2.0%포인트(한국 3.50%, 미국 5.25∼5.50%)로 조사됐다.

한편 지난달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5.25~5.50%로 동결했다.

2분기 실질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0.3%에서 0.6%로 상승했다. 이러한 전반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0.1%), 수출입, 투자, 정부지출 등 전 부문이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해 순수출이 늘어나 마이너스 성장을 막았다.

앞서 금융통화위원회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충격으로 예상되는 경기 침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한 번에 낮추는 '빅컷'(0.50%)에 나서며, 대폭 인하했다. 같은 해 5월에는 추가 인하를 단행해 두 달 만에 금리를 0.75%까지 낮췄다.

이후 최대 9차례 동결에 이어 결국 2021년 8월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이 시작돼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0.25% 인상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동결로 금리 인상 기조가 중단됐고, 기준금리 3.5%는 약 9개월간 변동 없이 유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와 환율, 물가 등 우려가 여전해 한국은행은 성급하게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을 주저하고 경기 침체에 집중하고 있다.

은행권과 금융권 전체의 가계대출은 지난달 각각 4조9000억원, 2조4000억원 늘어나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는 4월 이후 6개월 연속 증가세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에서 5.50%로 반전된 후 2.0%로 전례 없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또 이달 초 환율은 1,363.5원까지 급등해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8월부터 9월까지 해외 증권(주식 및 채권) 투자 자금이 31억 달러가 넘는 상당한 순유출을 기록했다.

국내 기준금리가 미국 금리보다 크게 떨어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더 나은 수익을 찾아 떠날 위험이 커져 이는 결국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 대비 3.7%)은 한국은행 전망치에 근접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으로 유가가 등락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다시 급등할 수 있어 한미 금리 격차에 대한 우려가 증폭될 수 있다.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놀랄 만큼 높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부채 데이터베이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8.1%로 나타났다. 26개 비교 국가 중에서 한국은 가계부채 증가율이 가장 높게 조사됐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주요국의 긴축정책 장기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로 물가와 성장 전망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또한 인플레이션과 가계 지출의 감소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요인으로 증가하는 부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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