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파괴된 가자 지구를 위한 인도적 지원을 실은 트럭 행렬이 라파 국경을 통과하기 시작했다.(사진=수도일보)
전쟁으로 파괴된 가자 지구를 위한 인도적 지원을 실은 트럭 행렬이 라파 국경을 통과하기 시작했다.(사진=수도일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으로 가자지구가 전면 봉쇄에 따른 한계 상황에 놓인 주민들을 위한 구호물자가 2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전달됐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경 이집트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해 구호품을 실은 트럭들이 가자지구로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세력인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오늘 의약품과 제한된 양의 식료품을 포함한 1차 구호물품이 20대의 트럭에 실려 반입되어 전달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잇는 주요 연결고리인 라파 국경 통로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으로 인해 2주 만에 폐쇄됐다가 처음 다시 열렸다. 한편 구호품 트럭이 진입한 후 라파 통행로는 다시 굳게 닫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날 구호품 전달은 지난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후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트럭 20대분에 실린 구호품을 1차로 가자지구에 반입한다는 데 조건부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단 이스라엘은 식량과 물, 의약품만 반입할 수 있고, 구호품이 하마스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국제사회는 지난 7일 분쟁이 발발한 이후 이날 구호물자가 처음 전달된 점을 환영한다고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

유엔 세계보건기구(WHO)는 부상당한 환자를 안정시키기 위한 외상 의약품, 기본 필수 의약품, 만성 질환 치료제 등을 포함한 구호품 등을 보냈다고 밝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는 "무고한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아주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유엔 인도주의 책임자 마틴 그리피스(Martin Griffiths)는 "이번 수송은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필수품을 전달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노력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로 처음 진입한 구호품에 식량 60톤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WFP는 참치나 밀가루, 파스타, 콩 등이 담긴 통조림을 가능한 한 빨리 도움이 필요한 주민에게 배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디 매케인 WFP 사무총장은 “가자지구에 대한 즉각적이고 안전하며 지속적인 인도주의적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이집트 측에 촉구했다.

그러나 이날 구호품에서 연료는 제외됐다.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무기와 폭발물을 제조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라파 검문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구호품 전달은 지속적인 노력이어야 한다" 또한 “가자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식량과 물, 의약품뿐만 아니라 연료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촉구하며 구호품 전달을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유엔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해 물, 식료품 등이 거의 고갈된 상태에 놓인 가자지구 주민 200만여 명을 지원하려면 최소 트럭 100대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미 라파 검문소 주변에는 세계 각국에서 지원한 구호품 200대분(약 3000톤)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동 전문가들은 가자지구에 200만여 명이 거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호물품 트럭 20대분은 절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구호물품 반입과 함께 이집트로 넘어가기 위해 기다리던 사람들은 결국 라파 통행로를 건너지 못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집트는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자체는 찬성하지만, 난민이 대거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로 라파 통행로를 막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아닌 민간인을 위한 구호품이 트럭에 실려 전달되어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국경 개방에 반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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