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에서 시민이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수도일보)
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에서 시민이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수도일보)

정부와 여당이 가정용 전기요금은 그대로 두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자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두꺼운 옷차림이 보인다. 겨울을 앞두고 4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이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방안으로 해석된다.

지난 7일 국회와 정부, 한전 관계자들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의는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위기에 따른 것이다. 상당한 부채를 안고 있는 전력공사가 정원의 10%가량을 줄이고 덜 긴급한 자산을 매각하는 등의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여당과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는 1년 새 40% 가까이 늘어난 전기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정용과 자영업자 등이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그대로 두고 전체 전력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물가, 고금리 속 서민경제와 총선을 불과 5개월 앞두고 가정용이나 일반용·소상공인용 등 민감한 ‘서민 전기료’는 그대로 두고 계약 전력 300킬로와트(㎾) 이상의 산업용만‘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산업용 전기 판매량은 전체의 53%, 주택용(15%)과 일반용(27%)을 합친 판매량보다 많아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려도 한전 재무구조 개선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1조 4천억 원, 적자 47조 원에 허덕이는 한전의 재정난에 숨통을 틔워 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h당 9원 이하의 한 자릿수 인상으로 막바지 조율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는 최악의 재정 위기에 놓인 한국전력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전은 직원 2만3000명 중 2000명을 감원하고 한전기술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아울러 한전KDN, 한국원자력자재 등 자회사 지분을 민간에게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최적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국제에너지가격이 하락하면서 한전의 3분기 실적이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러나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다시 한번 영업 손실 위험이 커진다. 한편, 지난 5월 25조 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한 한전은 더욱 강력한 2차 자구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계획에는 자회사 지분 매각 등 강도 높은 조치가 포함될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김동철 사장이 말했듯이 임직원들은 인건비 절감을 통한 금융위기 극복에 전념하고 있다”며 “재정이 허락하는 대로 희망퇴직 제도를 조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2009년에는 420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그러나 송전망 확충과 첨단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노사협의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새만금 육상태양광발전소의 비효율적인 운영에 한전이 개입했는지 조사 중이다. 발전소는 한국수력원자력, 남동발전, 남부발전, 중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등 6개 발전 계열사가 소유한 특수목적법인(SPC)이 관리한다.

이들 자회사는 재무 전망이 좋지 않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투자한 10조 원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감사원 감사를 진행 중이며, 신재생에너지 사업 부문에서 SPC 지분 매각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김진수 교수는 기존 적자를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내년에는 채권 발행 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채권 한도가 5배인 점을 감안하면 이를 초과하면 막대한 재정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겨울철 난방비 부담에 대한 우려로 가스요금은 동결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이 12조 원을 넘어섰다는 문제도 반영됐다. 지난해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500%에 달했고, 회사채에 의존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채발행이 한도에 달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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