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개혁특위 출석한 김용하-김연명 공동위원장. (사진=뉴시스)
국회 연금개혁특위 출석한 김용하-김연명 공동위원장. (사진=뉴시스)

 

정부가 연금개혁에 이어 의과대학 증원 정책도 '갈지자' 행보를 보이자 내년도 총선을 앞두고 정책의 일관성을 잃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주 발표 예정이었던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 공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면서 이후 현장실사 등 관련 일정이 '올스톱' 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9일까지 약 2주간 취합한 수요조사 결과를 확인하고 정리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난주까지는 발표하기로 했으나, 결국 지난 16일 "아직 확인 및 정리되지 않았다. 추후 알려드리겠다"며 무기한 발표를 연기했다.

복지부는 이후로도 수요조사 결과 발표일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수요조사 후 약 2주간 실시할 예정이던 의학교육점검반의 현장점검 일정도 답보 상태다.

수요조사 결과 전국 40개 의대가 2025학년도 2700명대, 2030학년도에 3000명 후반대의 증원 여력이 있다고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예상보다 큰 규모에 의료계의 항의가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된 상태로, 수요조사 결과대로 증원을 하는 경우 2030학년도에는 2배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실제 증원 규모는 현장점검 등을 거쳐 복지부 내부적으로 검토 후 결정할 방침이다.

두 차례나 수요조사 결과 발표 일정을 연기한 배경에는 대통령실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료계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는 등 반발 기류가 거세지자, 수요조사 결과를 아예 발표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새 의료현안협의체 협상단을 구성한 의협은 지난 15일 회의에서 2020년 의대 증원 추진 당시 전공의 진료중단(파업)을 언급하며 일방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그보다 강경한 투쟁을 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기도의사회 소속 의사 100여명은 15일 처음으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의대 증원 반대 집회를 열었으며 앞으로 매주 수요반대 집회를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연금개혁도 답보 상황이긴 마찬가지다.

앞서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을 현재 9%에서 12%·15%·18%, 수급 개시 연령 66세·67세·68세로 상향,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 0.5%포인트(p)~1%p 상향 등 변수를 조합한 18개의 시나리오에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 또는 50%로 올리는 변수까지 총 24개 시나리오를 내놨다.

24개 시나리오 중 재정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유력한 방안은 3가지 정도가 있었지만 복지부는 지난달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 등 모수개혁 수치가 전부 빠진 '맹탕' 종합운영계획을 내놨다.

이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는 지난 16일 모수개혁안을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2~15%, 소득대체율 40% 유지로 2개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두 모수개혁안 중 더 나은 것을 뽑아 달라는 질의에 "고갈 시기만 6~7년 내지는 16년으로 연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5년 뒤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면서 "두 가지 중에 하나를 고르겠다고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연금개혁안을 확정 짓는 시기에 대해서도 조 장관은 "연금특위가 21대 국회가 끝나는 내년 5월29일까지 운영되기 때문에 그 안에서는 좋은 연금개혁안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4월에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지면 사실상 21대 국회는 힘을 잃게 된다. 현 제도가 유지되는 경우 2055년에 기금이 고갈되는 만큼 연금개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미래세대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윤석열 정부가 교육·노동과 함께 3대 개혁으로 내세운 연금개혁과 의대 증원 정책이 총선을 앞두고 '블랙홀'에 빠지는 양상을 보이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제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수의료 정상화를 위해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의대 증원의 경우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등을 막는 것이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정책 아니겠느냐"며 "의사들은 반대하겠지만 국민 다수가 찬성하는 해결책을 내놓는 것도 정치적 타격을 피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수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