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사진=뉴시스)
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 혁신위원회 제11차 전체회의'에 참석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사진=뉴시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에 '친윤-중진 희생'을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당 지도부가 오는 4일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논의를 한다. 당 지도부의 결정에 따라 여당의 혁신 성패가 결정될 예정이다.

내년 총선 공천에서 '친윤·중진의 희생'을 요구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당 지도부에 던졌지만, 원하는 답을 받아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결국 혁신위는 무력화되고 공천관리위원회로 공이 넘어가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위는 4일 예정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안건을 보고한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에 대한 답을 4일까지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자신을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줄 것도 함께 제안했지만, 이는 김기현 대표가 바로 거절한 바 있다.

공천권 양도 또는 희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한 것이지만, 지도부는 한 가지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최고위에 해당 안건이 보고된다고 해도 진지하게 이를 검토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다.

혁신위는 지난 10월 말 출범 이후 지금까지 지도부에 '6호 안건'까지 제안했다. 하지만 이중 받아들여진 안건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 등에 대한 징계 취소 하나뿐이다.

한 최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희생을 의결 안건으로 보기보다는 그에 준하는 조치를 어떻게 취할지가 핵심"이라며 "결국 김기현 대표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수도권 격전지에서 뛸 의지가 있냐는 물음에 화답할지를 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희생 요구 안건은 앞서 권고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이후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뚜렷한 입장을 밝힌 의원은 거의 없다.

내년 총선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결단까지 숙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다. 자신의 거취 문제는 혁신위 최후통첩과 별개의 사안이며,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친윤·중진 의원들의 입장이다.

한 중진 의원은 "당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총선에서 해가 되거나 표를 받지 못한다고 하면 배제하는 것이지,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다"고 전했다.

혁신위가 마지막 수단으로 조기 해산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 이러면 지도부가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혁신을 포기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혁신위가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 참패를 극복하고자 꾸려진 기구라는 점에서 이러한 지적은 더 뼈아플 수 있다.

실제로 혁신위의 다음주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한 혁신위원은 "다음주 월요일을 시한으로 정했으니 대답을 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당내에서는 공관위 출범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도부 입장에서는 혁신위 해체에 따른 책임론을 피하면서 지금까지 제시된 혁신안과 관련된 논의도 공관위로 넘길 수 있다.

앞서 총선기획단은 공관위 출범 시점에 해해 "마지막 회의가 오는 14일로 잡혀있기 때문에 12월 중순이나 늦어도 12월 말까지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조만간 있을 개각 시점과 맞물려 공관위를 꾸릴 수 있다는 말도 돈다.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혁신위 안건을 존중해 공관위에 넘기겠다는 이상의 액션이 나오기는 힘든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어느 정도 비판은 감수하고, 대신 혁신안을 공천에 잘 반영해 이후에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며 "지금처럼 등 떠밀려서 하는 것이 아니라 연말연시에 중진들의 결단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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