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섭 취재부장
윤용섭 취재부장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본지에 "어떤 원칙과 철학을 갖고 무엇을 개혁하겠다는 것인지가 혁신위 성패의 관건"이라며 "요체는 한 가지라도 확실히 바꾸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시스템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권한 없고, 지도부와 함께 존재하는 혁신위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하려면 지도부가 (혁신위에)전권을 주고 혁신안을 수용해야 함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지난 7일 42일 간의 활동을 조기 종료했다. "전권을 주겠다"는 김기현 대표로부터의 약속을 받고 힘차게 출발했지만 역대 혁신위와 마찬가지로 용두사미가 됐다. 왜 혁신위는 매번 혁신에 실패하는 것일까.

지난 10월 27일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이명박(MB) 정부 이후 보수정당의 다섯 번째 혁신위다. 강서구 보궐선거 참패로 꾸려진만큼 '변화·희생·통합'을 기치로 내걸었다. 타깃은 당 지도부·중진·친윤 의원들이다. 인 혁신위는 이들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와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금지' 에 혁신 드라이브를 걸었다.

하지만 대상자로 지목된 김기현 대표를 포함해 장제원·권성동 이원 등이 반발 혹은 묵묵부답 반응을 보이며 혁신위와 갈등을 키웠다. 원조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은 경남 함양 체육관에 버스 92대 4200여 회원을 운집시키는 노골적인 세 과시로 지역구 사수 행보를 강하게 내비쳤다. 김기현 대표 역시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며 혁신위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용 의원만이 "불출마든 험지 출마든 당에서 요구하는 대로 따르겠다"고 입장을 냈을 뿐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전권을 약속했던 김 대표가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 당내 한 의원은 "전권이란 혁신안의 효력이 바로 생긴다는 것일 텐데 이를 약속한 당 대표부터 수용을 거부하니 동력이 상실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도 고배를 마셨다.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코인 거래 등으로 민주당이 도덕성 위기에 직면하자 '당 쇄신'을 특명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노인 폄하와 개인사 논란 등이 불거지자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좌초했다. 일각에선 2017년 자유한국당 시절 탄핵정국에서 출범한 '류석춘 혁신위가 연상된다'는 평을 내놓기도 했다. 당시 류 혁신위는 '일베 독려' '탄핵 부정 발언' 등으로 논란을 야기하자 5개월 만에 퇴장했다. '최재형 혁신위'도 이준석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동력을 잃은 경우다.

물론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혁신위도 있다. 2005년 한나라당 홍준표 혁신위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전권을 줬고 혁신안을 전격 수용했다. 홍 위원장은 당권과 대권 분리, 대선 및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 룰 도입, 책임당원제 등 파격적인 혁신안을 내놓았다. 한나라당이 다음 해인 2006년 지방선거에서 거둔 승리도 홍준표 혁신안이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민주당도 2015년 '김상곤 혁신위'의 혁신안을 수용한 결과 2016년 총선에서 원내 1당이 됐다. 혁신위의 성패 여부는 혁신안의 수용 여부에 달렸다. 다시 말해 전권을 가진 혁신위가 인사권과 공천권을 얼마만큼 강력하게 행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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