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주호영 의원과 대화하는 이만희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장. (사진=뉴시스)
지난 4일 열린 당·정협의회에서 주호영 의원과 대화하는 이만희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장.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 판세를 자체 분석한 내부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면서 술렁이고 있다. 서울 49개 지역구 중 우세인 지역은 6곳뿐이라는 분석 결과에 대해 당 내부에선 "수도권 사수는 이제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당 지도부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일각에선 "당 지도부의 근거 없는 낙관론이 더 위기"라며 자조 섞인 반응이다.

이번 보고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9개 지역구를 점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서울 용산과 송파 갑이 빠진 강남 갑·을·병과 서초 갑·을, 송파 을 한 곳이 우세 지역으로 나왔다. 서울에서 몇 안되는 여당 텃밭에서조차 우세를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만약 22대 총선 결과가 이번 보고서대로 나온다면 당의 기반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당 총선기획단장을 맡고 있는 이만희 사무총장은 "후보도 정해지지 않았고 지역구 여론조사를 해본 적이 없어 전혀 신빙성을 두기 어렵다"며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그는 "그동안 언론에 발표된 정당별·지역별 지지율 등을 기본으로 전반적인 동향을 설명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는 술렁였다.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의 참패 이후 '당의 쇄신'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별다른 성과 없이 조기종료한 것만 보더라도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분위기다. 외려 당 지도부와 중진들이 혁신위가 제안한 기득권을 순순히 내려놓지 않으면서 당내 갈등만 키웠다는 분석이다. 그간 지도부에 쓴소리를 해온 의원들이 이번 판세 분석 결과에 더욱 목소리를 높인 이유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서울 선거가 4년 전보다 더 어렵다는 우리 당 총선 판세 보고서가 나왔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후 충분히 예견된 결과"라며 "그런데도 혁신위원회를 방해하고 좌초시킨 당 지도부는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나아가 판세 보고서 감추기에만 급급하다. 성적표를 숨긴다고 성적이 사라지냐. 당 지도부에게 수도권은 버린 자식이냐"며 "당이 죽든 말든, 윤석열 정부가 망하든 말든 혁신을 외면한다면 우리 당은 결국 영남 자민련으로 더 쪼그라들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용호 의원도 기자들에게 "강서 선거 참패의 충격은 어느새 잊혀지고, 당 지도부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강서 패배 이전으로 돌아갔다"며 "책임져야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실망한 국민들은 우리 당을 떠나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제 당 지도부가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혁신에 응답해야할 차례"라며 "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라"고 압박했다.

용산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을 수평적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은아 의원은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용산에 할 말을 해야 한다"며 "서울 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체가 초토화 직전인데, 애써 부정한다고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에 지역구를 둔 최재형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해찬 전 총리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을 넘느냐, 180석을 먹느냐'가 관건이라며 자신감을 표출했다"며 "이번 판세 분석 결과를 보니, 이 전 총리의 발언을 헛소리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우리 당의 안일함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당 일각에선 이번 내부 보고서 내용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는 지도부의 모습이 오히려 더 충격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도대체 현실인식이 있긴 한 건지 정말 모르겠다"며 우려감을 표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자료는 정성적 분석을 한 것이다. 정량적 분석만 하면 이것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며 "여러 가지 여론조사를 다 참조했을 때 지금 우세를 확신할 수 있는 곳은 (서울에서) 4곳 정도"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수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