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 뉴시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 뉴시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12일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여권의 관심이 김기현 대표에게 모아진다. 김 대표는 혁신위가 제시한 혁신 대상이자 전당대회 때 장 의원과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꾸려 당권을 거머쥐었다.

김 대표는 이날 예정된 구룡마을 연탄 나눔 봉사활동 일정을 전날 급작스레 취소한 채 잠행에 들어갔다. 여권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이틀가량 공식 일정을 잡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장 의원이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입지가 곤란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는 "사즉생(死則生)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 대표는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친윤 핵심과 당 지도부의 험지 출마 요구를 담은 혁신안 최종 보고에 "혁신안의 방향성과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대표가 자신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막판 고심에 들어갔으며, 이번주 불출마나 수도권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김 대표가)대표직을 사퇴하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 대신 윤재옥 원내대표가 당 대표 대행을 맡는 방식으로 당이 재편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김 대표가 응할 수 있는 선택지는 대표직 사퇴 및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다. 일부에서는 김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고 울산에서 5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울산 남구을에 출마할 경우 '주류 희생' 요구에 불응한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당 내에선 김 대표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실기한다'는 비판이 있다. 국민의힘은 앞서 이달 중순께 공관위를 출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공천관리위원회 출범도 뒤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공관위가 꾸려진다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총선 간판'으로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당 안팎에서 커지는 상황이다. 안철수 의원은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불출마와 대표직 사퇴) 두 가지 카드 중에서 대표직 사퇴밖에는 없다"며 "그것만이 제대로 충격을 주고 여러 판세를 바꿀 토대를 마련해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용남 전 의원은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내년 총선을 걱정하는 분들은 김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고 총선 불출마를 하든 험지 출마를 하든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그럴 바에야 대표직 사퇴하고 울산에 출마하는 것이 전체 총선 판에는 지금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각각 페이스북을 통해 "장 의원보다 훨씬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할 사람들은 눈감고 뭉개면서 시간이 흘러가기만 기다리고 있다" "책임지고 물러나라"며 대표직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박성민·최춘식·강민국·김승수·이용 등 영남권이 중심이 된 초선 의원 17명가량은 김 대표의 결단을 촉구한 당 중진 의원들을 향해 "자살특공대" "퇴출대상자" "내부총질" 이라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당신들도 공범 아닌가. 연판장은 왜 용산에는 쓰지 못하나"라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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