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었다. / 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브리핑을 열었다. / 금융위원회

 

시공능력평가 16위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인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최근 고금리와 원자재 상승으로 인한 분양시장 침체로 태영건설은 대규모의 차입금 만기 압박을 받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적으로 태영건설은 28일 만기가 도래한 서울 성수동 오피스빌딩의 PF대출 480억 원을 상환하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은 올해 1∼3분기 978억원(별도 재무제표 기준)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부동산 PF 부실 문제 등으로 부채비율은 478.7%를 기록했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내년 4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PF 보증 채무가 3조6027억 원(11월 말 별도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태영건설은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차입과 계열사 매각 등 자구 노력을 해왔다. 올해 초 회사채 발행과 펀드 조성을 통해 약 4000억원을 확보했고, 최근에는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24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태영건설의 경우처럼 부동산 호황기 때 규모를 키운 부동산 PF가 분양시장 침체와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태영건설 외에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이 PF우발채무로 인한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부동산 PF 규모는 2020년 말 92조5천억원이었으나 2021년 말 112조9천억원, 올해 9월 말 134조3천억원으로 늘어났다. 동시에 2020년 말 0.55%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2.42%로 올라갔다.

건설업체의 경우 8월말 기준 PF 우발채무(부동산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시공사가 실제 떠안게 되는 채무)는 22조8천억원이다. 한국기업평가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2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9월 집계한 결과다.

브랜드 '이안'으로 알려진 대우산업개발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건설, 대창기업, 신일 등은 이미 올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다만 이들 업체는 모두 시공평가 70위권 밖의 중소 건설사였다는 점에서 향후 위기는 규모 면에서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기 자금조달 시장도 더욱 불안해질 전망이다. 금융권이 건설사에 대해 유동성 공급을 줄이거나 신용 보강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서다. 내년 건설 경기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기 때문에 이같은 PF발 위기가 분양시장 위축으로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시장 위축은 건설사의 수주를 받아 일하는 하도급 업체의 경영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이는 건설업계 일자리 축소 등으로 이어지며 실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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