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홍콩 H지수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은행권이 홍콩 ELS 판매 규모에 따른 부담 정도에 따라 온도차가 확연히 갈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에 대한 분쟁조정기준안을 내놓으면서다.

11일 A시중은행은 "오늘 발표된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 관련해 기본배상비율과 투자자 고려요소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법률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배상비율 산정 방식 등이 타당한지 여부를 관련 현행법과 앞선 판례 등에 비춰 따져보려고 한다"며 "과거 펀드 불완전판매 사례에서도 금융사와 투자 고객들 간 소송이 진행됐던 것처럼 최종적인 결론은 법원의 판단으로 가려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B시중은행은 "금감원 ELS 검사결과에 대한 공식 입장은 이사회 등에 보고가 완료돼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들도 "현재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면밀히 검토하고 당국과 계속해서 협의해나갈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홍콩 ELS 판매 규모가 수조원대인 타행들과 달리 부담이 작은 우리은행은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을 바탕으로 자율배상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별 홍콩 ELS 판매 규모는 KB국민은행 8조원, 신한은행 2조4000억원, NH농협은행 2조2000억원, 하나은행 2조원, SC제일은행 1조2000억원, 우리은행 400억원 규모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H지수 ELS 판매잔액은 총 18조8000억원(39만6000계좌)으로 집계됐다. 판매사별로 은행 15조4000억원(24만3000계좌), 증권사 3조4000억원(15만3000계좌) 수준이다.

전체 잔액의 80.5%인 15조1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분기별로 1분기 3조8000억원(20.4%), 2분기 6조원(32.1%) 등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올해 1~2월 만기도래액은 은행 1조9000억원, 증권 3000억원 등 2조2000억원 규모다. 이 중 손실액은 은행 1조원, 증권 2000억원 등 1조2000억원으로 누적 손실률 53.5%를 기록했다. H지수가 2월말(5678포인트)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예상되는 추가 손실액 규모는 3~6월 3조6000억원, 하반기 1조원 등 4조6000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은 이날 0~100% 비중의 차등배상을 골자로 하는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했다. 배상비율은 판매원칙 위반 등 판매자 요인과, 투자자별 고려 요소를 종합해 산출된다.

금감원은 이번 분쟁조정안을 토대로 다음 달부터 대표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각 판매사는 조정기준에 따라 사적 화해 방식의 자율배상을 실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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