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의 엔화예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원화 대비 엔화 가격이 낮은 '엔저' 현상에 환차익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반면 금리 인하 전망이 커지면서 달러예금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엔화예금 잔액은 1조2129억엔으로 한 달만에 555억엔(약 5000억원) 늘었다.

전월 1조1574억엔에서 약 4.8% 증가한 것이다. 증가폭은 전월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엔화예금 잔액은 올해 들어 두 달간 약 800억엔이 증가했다.

엔화예금은 지난해 말 900원대로 상승하면서 감소세로 전환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환율이 800원대로 다시 하락하면서 저가 매수세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일본은행(BOJ)이 3~4월 중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서 피벗(통화정책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엔화 강세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엔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엔화 예금 가입자들은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일본 여행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달 초 삼일절 연휴에만 약 21만명이 일본을 다녀온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엔테크에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엔화 가치가 크게 오르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돼 엔화가 지금까지의 초약세 국면을 마무리하고 점진적인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미 대선 등으로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어 높은 변동성을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달러예금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578억3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15억2500만 달러(약 2조원) 줄었다.

미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달러 약세에 대한 전망이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달러화와 보완 관계에 있는 금 가격이 급등한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앞서 1340원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10원대로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달러 약세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달러는 제한적인 약세 가능성이 우세해 달러예금 감소가 추세적인 현상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첫 기준금리 인하 후 인하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고 미 대선 이슈가 미·중 갈등, 무역 및 환율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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