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의 민간에 대한 매각 협상이 최종적으로 결렬됐다. 시작한 일이 마무리되지 못한 것은 아쉽고 안타깝다. HMM은 국민 세금과 정부 지원을 통해 정상화된 우리나라 유일의 외항 정기선사이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는 수출로 70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99%가 선박으로 운송된다. 해운업이 중요한 이유다.

이제 중요한 건 HMM의 후속 처리인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매각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코로나19 특수로 세계 정기선사 모두가 사상 유례없는 매출을 올릴 때였다. HMM도 영업이익률 60%를 기록했다. 정기선사들은 초호황 때 번 돈으로 많은 선박을 발주했다. 향후 인도될 컨테이너 선박 숫자가 너무 많다. 현재 선복량의 25%가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세계는 긴축 경제에 진입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으면 운임은 떨어지게 된다.

지금 당장은 홍해 사태로 운임이 반등했지만 향후 2~3년간 낮은 운임이 예상된다. 그러면 정기선사는 출혈 경쟁을 하면서 경쟁력이 낮은 회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킬 것이다. 그런 식의 불황에 조양상선이 2001년, 한진해운이 2017년 사라졌다. HMM은 대형선을 갖추고 있어 선가 경쟁력은 있지만 유럽 등 선사에 비해 화주와의 장기운송 계약 비율이 낮다. 경기 부침에 많은 영향을 받는 구조라는 뜻이다.

정기선사는 운항동맹을 맺고 공동행위를 통해 영업력을 극대화한다. 세계 원양 9개 정기선사는 3개의 공동운항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3개 얼라이언스가 거의 비슷한 점유율을 유지하며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미국 경쟁당국으로부터 독과점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배경이다. 정기선사들은 독과점 제재를 피하기 위해 얼라이언스를 대여섯 개로 재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유럽에서도 공동운항 체제에 대한 경쟁법 적용이 강화됐다. 이 때문에 얼라이언스들은 점유율을 낮추기 위해 전통적인 3~4개 회사의 공동운항 체제 대신 1~2개 회사가 독자적으로 운항하는 형태로 전환될 전망이다. 현재 총 화물 운송 규모가 8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분)인 HMM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일본의 THE ONE과 같이 160만TEU는 돼야 한다. 그래야 기존 유럽과 미국 서부 노선에 이어 추가적으로 미국 동부나 남미 등 독자 노선을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정기선 환경이 매우 좋지 않다. 남은 것은 엄중한 대외환경 속에서 HMM이 외국 정기선사와 어떻게 경쟁하면서 우리 수출입 화물을 안전하고 저렴하게 수송해줄 수 있을지 재고민하는 일이다. HMM의 향후 처리 방향은 정부가 30% 정도 지분을 갖고 민영화에 나설 것인가, 아니면 정부가 지분 60% 이상으로 최대주주 지위를 당분간 유지할 것인가로 귀결된다. 재매각을 실시할지 아니면 정부가 최대주주로 경영할지를 신속하게 정해야 한다.

다만 현재의 불안한 해운 환경을 고려하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을 경영하면서 당분간 불황을 타개하는 편이 낫다고 본다. 물론 유보금 10조원 이상을 HMM이 효과적으로 투자하지 못했다는 점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과는 다른 특단의 경영 방식, 즉 신속한 의사 결정과 과감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체제를 잘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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