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장 시인
이오장 시인

 

사랑한다고 용기를 내어 물었는데 대답이 없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대부분은 다시 묻든가 아니면 멀리 지켜보다가 시간을 두고 묻는다. 그래도 대답을 듣지 못한다면 원망하게 되며 자신을 돌아본다. 그때가 위험하다. 까닥하면 자신을 포기하는 위험을 초래한다. 사랑은 늘 그렇다. 가장 위험하고 가장 아름답다. 그러나 사랑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 우회의 방향을 틀기도 하지만 끝까지 대답을 기다린다. 강에리 시인은 사랑을 노래하는 게 아니라 사랑의 뜻을 설명한다. 나무는 가만히 있어도 바람에 흔들리고 새는 멀리 있어도 비에 젖듯이 사랑은 자신이 원해서 얻어지는 것도 싫어서 피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필연적인 운명으로 일어나 짊어지고 가야 하는 삶의 일부분이다. 그림으로 설명한 것을 보면 더 확실하다. 그림은 보여주기만 할 뿐이지만 거기에 하고 싶은 말이 다 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일일이 말하지 않아도 뜻이 전달되어 인연을 맺게 되고 삶을 함께한다. 그러나 은둔의 삶에 숨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르다. 싫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며 숨어 버리면 보낸 말들은 허공에 흩어져 소용이 없어진다. 그러나 시인은 포기하지 않고 묻는다. 허공에 흩어지는 말을 혹시 믿고 있는 것인지를 확인한다. 사랑은 그렇다. 흐르는 것 같아도 멈춰있고 멈춘 것 같아도 흐른다. 몸이 아닌 마음의 이동을 가진 사랑이 어디에 멈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주고받는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이뤄진다. 은자의 노래를 부르듯 사랑의 정의를 그려낸 시인은 지금 어느 쪽을 향해 사랑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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