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 이맘때 외가에 가면 산자락에 나무 한 그루가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마루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본 나무였다.외삼촌은 “이팝나무다. 꽃이 많이 피면 풍년이 들고 적게 피면 흉년이 듦을 가르쳐주는 나무다.”라는 말을 남기며 못자리를 보러 가곤 했다.여자아이들은 이팝나무 밑에서 소꿉놀이를 하곤 했다. 떨어진 꽃들은 깨진 사금파리에 담겨 하얀 쌀밥이 되었다. 소꿉놀이에 끼어 배불리 먹었던 하얀 쌀밥이었다.모두가 가난했던 유년 시절, 하얀 쌀밥을 배불리 먹어보는 게 소원이었다. 보면 볼수록 커다란 밥사발에 가득 담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까지 고조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제활동이 침체된 상황에도 물가가 상승하는 상태) 공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고유가·고환율 현상은 무역수지를 악화시키고 전반적인 물가 인상을 초래해 내수 침체까지 이어질 수 있어 치명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성장률을 3.1%에서 3.2%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한국은 2.3% 그대로 유지한 건 그런 이유다.
저 흐르는 강물,내 안으로 들어와 몸 안의 몸이 된다저, 흐르는 강물이내 안에 닿기 전까지는 내 몸 밖의 몸초록을 배후로 둔 풀꽃들,내 안에 들어와 몸 안의 몸이 된다내 안에서 흔들리기 전까지 저 너른사원의 풀꽃들은 내 몸 밖의 몸허공을 떠도는 저 눈먼 바람은내 몸 밖의 투명한 종소리내 안으로 들어와 숨 하나 빚어고요히 나를 받드네나는 안과 밖이 만들어 낸 인연 덩어리죽음이란 몸 안의 내가 몸 밖의 나로되돌아가는 것저 모든 것들이 미래의 나 김인구 시인의 원은 경계와 순환을 의미한다. 원을 그리는 순간 원의 안과 밖으로 나뉜다. 원
땅도 살아 숨을 쉬어야한다. 살아 있는 건강한 땅이라야 그곳에서 나무나 풀이 자라 맛좋고 영양분 풍부한 과일도, 싱싱한 채소도, 양질의 곡식도, 얻을 수 있다. 그것을 먹고 동물들이, 사람들이 산다. 홍수피해도 조절할 수 있다.비록 과일 나무를 심고 농작물을 심는 그런 곳이 아닌 도심 땅이라 하더라도 땅도 살아 숨을 쉬어야한다.박테리아 같은 미생물도, 지렁이나 파충류 같은 하등동물이 살 수 있는 땅이어야 한다. 비가 오면 빗물을 흡수 저장 홍수피해를 막을 수 있어야 한다.그런데 지금 대도시는 물론 중소도시의 인도와 차도는 예외 없이
그날은 날씨가 청명했다. 바람도 적당하게 불었다. 벚나무 가로수의 꽃잎이 눈처럼 흩날리곤 했다.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던 벚꽃잎도 떨어지면 그만이다. 떨어지는 벚꽃잎 같은 운명으로 전락한 후보와 정당. 22대 총선은 끝났지만, 그 후유증은 오래갈 것이다.권투선수가 어퍼컷과 소나기 펀치를 맞으면 KO패 당하고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한다. 총선은 야권의 대승리로 끝났다. 여권은 실컷 두들겨 맞고 KO패를 당하고 말았다.더불어민주당은 175석, 국민의힘은 108석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언제나처럼 텃밭인 호남과 제주 3석을 모두 차지했다.
국민의 선택은 준엄했다.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제22대 총선 성적표에 담긴 민심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한 질책과 꾸짖음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대신해 몰매를 맞았지만 억울한 건 없다. 한 몸과 같으니 누구를 탓할 수 없다. 집권 2년 동안 정부와 여당에 오만과 독선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빗발쳤지만 이를 간과한 탓이다. 그게 민심이다. 혹자들은 지난 21대 총선과 비슷한 결과라며 나름 선방했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결과가 반영된 21대 총선과 22대 총선은 의미가 다르다. 윤석열 정부에
빙판길 위에 신문지가 말려 굴러다닌다빛나는 얼굴고통으로 구겨진 빛나던 얼굴빙판에 맞닿은 정신혼미한 언어들 일어나 긴장한다되풀이되는 반성매 순간 새로 새우는 계획들이깃발에 깃대에 휘말린다완강히 감기며 깃발은 외친다구겨지지도 낡아지지도 않는 차가운 언어쏟아져 내리는 말, 말들하늘이 흔들거린다차가운 언어가 정신 차렸다부활이다, 언어여 인간은 언어로 존재하고 언어로 부활하는지 모른다. 하루하루는 사건 사고의 연속이며, 실체가 보이지 않는 이름들이 솟구쳤다 소문 속에 가라앉는다. 그래서 차가운 현실의 빙판길 위에 신문지가 굴러다닌다고 시인은
약 1만 년 전 신생대 제 4기 빙하기가 절정에 이른 때 이산화탄소 농도가 180피피엠까지 떨어졌다가 빙하기가 끝날 무렵이자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있기 전인 1750년경에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피피엠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 후 지속적으로 증가 2007년에는 384피피엠까지 상승했다. 그런 추세라면 2045년경에는 임계점인 450피피엠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또 1750년대에 지구의 년 평균 기온도 빙하기에 비해 약 3도가 높아졌다. 최근에는 1900년대 초에 비해 5도 가까이 상승했으며 2050년에는 이산화탄소는 550피피
평생교육은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전 생애 동안 이루어지는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교육으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적 교육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31조 1항에‘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라는 규정을 통해 모든 국민은 능력의 정도와 관계 없이 교육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이와 함께 헌법 제5항에서는‘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교육기본법 제4조에서는‘모든 국민은 성별, 신앙, 신념,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신체적 조건을 이유로 교육과 학습 기회의 차
연극이 끝나면 조명이 꺼진다. 무대와 관객석은 한순간 어둠에 휩싸인다. 그 어둠 속에서 관객은 일어서질 못한다. 자신이 주인공인듯한 착각과 연극 속에 빠졌던 자신을 되돌아볼 때쯤 다시 조명이 켜지며 배우들이 나와 인사를 한다. 그제야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그런 연극을 많이 보아왔다.총선이라는 연극이 끝났다.사전투표율이 무려 31.28%이었다. 역대 최고 기록, 앞으로 사전투표의 투표율은 더욱 높아질 기세이다. 선거일이 막판이 되자, 정책은 사라지고 막말과 비방 흑색선전만이 난무한 총선이었다. 이번 선거는
의료공백의 장기화로 환자의 불안과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22대 총선을 하루 앞둔 상황이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선거 결과 못지 않게 정부와 의료계가 언제쯤 '엉킨 실타래'를 풀어갈 것인지에 더 관심을 집중한다.기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로 인한 의료계 후폭풍은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 상반기 병원 인턴 수련 등록 마감 결과만 보더라도 인턴 예정자 중 10% 미만이 등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턴 예정자 중 90% 가량이 상반기 수련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의료 양성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인턴은 의대
슈퍼마켓에서 깡통 속에 갇힌 참치를 만났네참치 떼는 오와 열을 맞춰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도시의 복판에 와 있었네양파를 사러 갔다가 만난 참치 떼를 보며오늘은 내가 참치를 위해 바다가 되겠다 생각했네짙푸르고 깊은 대양이 되겠다 생각했네난 바구니에 참치를 담았네깡통에 갇힌 참치는 더 이상 파닥거리지 않았네참혹한 상표에 참치를 가둔 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네너무나 뻔뻔한 이름이 역겨웠네소주 한 병을 사 들고 들어와 통째로 나발을 불면서나는 주문을 걸었네-나는 바다다. 사모아 섬이 보이는 태평양이다순간, 소주병에 그려진 파도가 넘실대는 바
양선, 남의 선행을 드높여 내 몸에 지니도록 한다. 다시 말해 남이 하는 좋은 일, 착한 일, 선행에 칭찬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착한일은 따라 해야 한다.선행 남을 위해 하는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하늘 높이 던진 공이 땅 지구로 다시 돌아오듯 자신이 한 언행 그것이 선이 됐거나 악한 일이 됐거나 자기에게 다시 돌아온다.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듯 악행을 하면, 선행을 하면, 한 것 보다 더 많이 이자까지 붙여 돌아간다. 세상일이란 모두 그렇다.다시 말해 공짜는 없다. 베푼 것만큼, 한 악행만큼, 아니 더
4월이다. 산과 들이 봄 선물하느라 바쁘기 그지없다. 이미 매화와 산수유꽃이 관광객들을 불러모으고, 산에서는 진달래와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열고 있다. 개천가의 버드나무를 바라보면 나무 전체가 그림엽서처럼 다가온다.산새들의 지저귐에도 힘이 들어있고, 물고기들의 몸짓도 싱싱하다. 눈 호강과 귀 호강으로 마냥 즐겁다. 그야말로 보이는 곳마다 봄, 봄, 봄이다. 왜 시인들이 4월을 그토록 찬미하는지 공감이 간다.반면, 4월을 잔인한 달로 표현한 작가와 가수들도 있다. 영국의 시인 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
각자가 느끼는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변한다. 예전에는 얼굴이 예쁜지, 잘 생겼는지, 키는 큰지가 중요했다면, 요즘에는 그에 더해 탄력 있는 몸매, 옷맵시, 근육질의 몸까지 생각해야 한다. 건강 증진만을 위한 운동에서 점차 외모적으로 자신을 향상시키기 위해 운동을 많이 하는 추세이다. 전문적인 헬스 트레이너나 보디 빌더 들이나 촬영했던 바디 프로필에 대해서도 일반인들의 관심이 많고, 남성들의 경우에는 넓은 어깨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어깨 깡패”, “쇄골 미인”등 상체를 강조한 신조어들도 일상적으로 사용된다.하지
지난 2016년 3월 전 세계의 이목이 대한민국 바둑판에 모아졌다. 국내 최정상급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펼칠 세기의 대결을 보기 위해서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세돌의 우세를 점쳤고, 이세돌 9단 역시 기세등등하게 초반 형세를 이끌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알파고의 4승1패 압승으로 끝났다. 사람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머지않은 미래에 도래할 인공지능 시대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때문이었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봤던 미래가 현실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생성형·대화형 A
마주 보고 포개져 있는책과 공책의 수상한 체위저렇게 깊은 밤을 보내고도하늘과 땅 사이에는잉크 한 방울 흔적도 없다흥건한 먹물을 빨아들여시 한 편 배고 싶은 백지의 꿈은날이 밝도록 황량한 불임의 땅봇물 가득한 활자들을왈칵 쏟아붓지 못한 것은밤새 눈을 부릅뜨고 있던형광등 탓이었을 게다이제는 스위치를 꺼야 할 때대지의 페이지에 스며드는빛의 서사시를 써야 할 때 지창영 시인의 「하얀 밤」은 써지지 않는 시와 씨름하면서 하얗게 지새운 밤의 깨달음을 묘사한 시이다. 책과 공책의 수상한 체위는 주는 자와 받는 자의 은밀한 교감을 상징한다. 책은
복을 받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여기지심여인 또는 서기지심서인, 자신을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합시다. 한 마디로 남에게 관대해야 함을 말한다.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잘 못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며 그럴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하고 지나쳐 버리면서 똑같은 행위라도 남이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잘못을 탓하고 원망을 한다.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래서는 안 되는데 하며 비정상적인 사람의 행위로 몰아세운다. 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 하는 짓 그렇지 하고 비난한다.그건 현명한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비록 남이 한 행위라도 옳고
오랜만에 김밥을 먹었다. 뉴스에서 김밥 할머니의 이별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손이 많이 가는 김밥이다. 그런 김밥을 50여 년이나 말았던 할머니, 긴 세월 동안 지문은 닳아 없어지고 왜 그렇게까지 김밥을 말아야 했을까?박춘자 할머니, 1929년생으로 일제 강점기 시절 장사를 시작했다. 열 살 무렵이었다. 모두가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그에게는 유독 심했다. 어머니를 여의고 홀아버지 밑에서의 가난은 유령처럼 떠날 줄 몰랐다.서울역 앞에서 일본 순사의 감시를 피해가며 시작한 노점 생활. 세상의 풍파를 견뎌내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였다.
창가에 서성이는 봄을 스케치한다팡팡 터지는 꽃들의 호들갑화답하는 날갯짓에서 푸른 문장을 만났다한가로운 구름까지 끌어들인 빽빽한 밑그림은숨이 차다물올라 빨개진 참꽃 한 송이 화폭에 담지 못하고덧칠을 반복하는 것은 서툰 붓질 때문이다시간을 좇아가는 풍경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데잊히지 않는 문장이 아지랑이로 어린다온전히 소유하고 싶은 욕망바람과 햇살이 드나들 여백이 없다는 걸 몰랐다절정의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가만히 붓을 놓는다계절을 건넌 풍경화붉은 나비가 널찍해진 행간을 날아오른다 나비의 문장은 어떤 문장일까? 앉을까 말까 하는 파동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