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사진=수도일보)
마주보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기.(사진=수도일보)

3년 동안 진행된 대한민국 양대 국적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절차가 오늘 30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이번 이사회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분리 매각 문제에 대한 중요한 안건이 결정될 예정이다. 만약 대형항공사(FSC) ‘빅딜’이 성사된다면 세계 10위권 초대형 국적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이사회가 매각을 승인하면 대한항공은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기업결합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반영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고 관련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EU 집행위원회의 심사 승인 가능성을 한층 높임으로써 기업결합의 어려운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반면 화물사업 매각 제안이 이사회 승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관련 내용을 담고 있는 시정조치안의 EU 집행위원회 제출 계획은 어렵게 된다. 나머지 국가의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양사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한편 업계 소식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늘 서울 모처에서 각각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오전에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하되, 인수 측이 현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지원 조항 등이 포함된 아시아나항공과의 합의서를 안건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이러한 관련 내용을 담아서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할 시정조치안도 확정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2시 아시아나항공 임시 이사회도 열릴 예정이다. 안건은 '현재 진행 중인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하여 EU 집행위원회에 제출할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에 대한 동의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다.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주요 내용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통한 경쟁 제한 우려 해소'인 만큼 이번 이사회의 선택에 따라 화물사업 매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U 집행위원회는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과 관련 '유럽 노선 경쟁 제한'을 우려해왔었다.

대한항공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정조치안으로 유럽 14개 노선 중 아시아나항공과 중복되는 4개 노선의 좌석을 반납할 계획이며,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 매각 등이 시정조치로 검토되어 거론돼왔다.

한편 이사회 종료 직후 아시아나항공은 공시 등을 통해 결정된 내용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원유석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됐다. 안건 통과를 위한 정족수는 전체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참석자 과반수의 승인을 필요로 한다. 6명의 이사가 참석한 경우 안건이 통과되려면 최소한 4명이 동의해야 한다.

현재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화물사업 매각을 지지하는 의견이 우세하다. 화물사업 매각을 통해 대한항공이 필요한 자금을 투입해 회사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는 논리가 뒷받침된다.

올해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은 심각한 재정난에 직면했다. 회사의 총 부채는 12조 원으로 급증해 부채비율은 1,741%에 달한다. 여기에 아시아나항공의 자립 생존 능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출 만기 등으로 보유 현금이 급속도로 고갈되고 있어 대한항공과의 합병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우려 섞인 지적이 나왔다.

산업은행은 이미 3조6천억 원대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상태다. 매각에 실패할 경우 자금 회수는 어려워진다. 뿐만 아니라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야 할 우려도 있어 화물사업 매각을 위한 노력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은 지난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사업 부문에 회생을 결정하면 국민의 혈세나 공적자금에 미칠 잠재적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관점에서도 합병이 꼭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일부 이사들은 화물사업 매각 찬성 시 배임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나라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의 21.7%에 달하는 화물사업을 넘기면 회사 가치가 하락하고 주주가치도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화물사업 매각에 따른 이익이 불확실한 가운데, 수익성이 높은 '캐시카우' 화물사업을 매각하면 손해가 분명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사들을 상대로 '화물사업 매각에 찬성이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실히 하고 있다며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물사업 매각의 구체적인 가격이나 조건이 확정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 자체가 아닌 대한항공의 시정조치안 승인을 하는 것만으로 아시아나항공에 피해를 발생시키지는 않는다고 법조계는 전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측은 기업결합에 반대해 온 아시아나항공 노조에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약속해 불만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결과가 따르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사들은 결국 아시아나항공에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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