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백지화 되면서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내 한 커피숍에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놓여있다.(사진=수도일보)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백지화 되면서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서울시내 한 커피숍에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놓여있다.(사진=수도일보)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원점으로 되돌리면서 앞으로 식당이나 카페에서 일회용 종이컵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지난 7일 환경부는 일회용품 관리 정책을 발표했다. 일회용품 품목별 규제는 철회하고 ‘과태료 부과’에서 ‘자발적 참여에 기반하는 지원 정책’으로 전환했다. 단속이 아닌 권고와 지원을 통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꾸면서 이날 종이컵 금지를 바로 철회했다.

당초 정부는 계도 기간이 끝나는 이달 24일부터 종이컵과 비닐봉지 등을 쓰는 카페·편의점 등에는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릴 방침이었지만 모두 접으면서 앞으로 카페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 빨대 단속도 무기한 연장되었고 비닐봉지 단속도 사라져 사실상 규제가 무의미해졌다.

환경부는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 금지가 ‘1인 매장’ 등 소상공인 매장에서 다회용컵을 일일이 씻을 시간도 부족하고 큰 불편으로 이행하기 어려운 조치로 파악됐다”고 했다.

또한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인 종이 빨대는 가격도 비싸고 소비자 만족도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비자들은 종이 빨대 사용시 음료 맛을 변질시킨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앞으로 플라스틱 빨대 사용은 무기한 연장하고 규제 금지 정책은 사실상 철회됐다.

1년 전 환경부는 카페·식당 등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같은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없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무작정 금지하면 생활 현장에서 혼란이 생기기 때문에 ‘1년 계도 기간’을 두고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목소리를 들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회용품 규제 제도는 지난 정부가 추진하던 것이었다. 이번 규제 철회나 무기한 연기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반발로 현 정부가 정책 방향을 틀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환된 일회용품 관리 정책은 구체적으로 식당·카페, 식품접객업 등 집단 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는 철회됐고,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를 사용할 수 없도록 금지한 규제도 계도 기간을 연장했다.

또한 장바구니와 종량제봉투 사용 문화 정착으로 비닐봉투 사용 규제 단속과 과태료 부과에서 권고 방식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 금지 계도 기간과 관련하여 “유엔 플라스틱 협약 등 국제사회 동향과 대체품 개발 등 시장 상황을 고려해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회용품 정책 전환으로 소상공인 단체들은 인건비와 비용 부담을 덜게 됐다며 환영했고, 같은 날 소상공인연합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일회용품 사용 허용 및 계도 기간 연장은 비용 증가와 인력난 등 소비자와의 갈등에 직면하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줄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일회용 종이컵이 판매대에 놓여있다.(사진=수도일보)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 일회용 종이컵이 판매대에 놓여있다.(사진=수도일보)

반면 새롭게 내놓은 일회용품 관리 방안에 명확한 계도 기간 종료 시점이나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은 한계란 지적이다. 지난 2018년 국내에 버려진 전체 생활 폐기물 2000만t 중 0.5% 수준이 종이컵으로 약 294억 개로 표본 조사됐다. 현재 종이컵 재활용률은 13%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소상공인 뒤에 숨어 일회용품 규제를 포기한다"고 비난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정부가 다회용기 사용 업체 지원 등 일회용품 사용 규제와 감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도 계도 기간 동안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비판했다.

녹색연합은 "환경부의 역할은 환경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산업계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종이와 다른 플라스틱 빨대의 경우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히 높아 사용을 금지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뉴질랜드는 올해 7월부터 사용을 완전 금지시켰다.

환경부 임상준 차관은 “일회용품 규제 대책은 변화에 한계가 있어 지속 가능성이 작다”고 말하며 “그동안 일회용품 규제에 따라 계도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다회용 컵이나 다회용기등 미리 대비한 소상공인분들께 송구하다”며 “미리(대체용 물품) 구입한 비용은 정부가 최대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앞서 지난해 11월 24일자로 식당에서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빨대 등의 일회용품 사용 금지 시행과 관련 1년의 계도 기간을 운영했다. 계획대로 정책이 시행됐다면 계도 기간이 만료되는 지난달 24일부터는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규제가 본격 실시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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