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장 시인
이오장 시인

허무하다는 것은 겪어본 뒤에 찾아온다. 세상의 진리나 삶 따위가 공허하고 무의미함을 느꼈을 때 그것을 허무라고 한다. 모르는 상태에서는 허무를 느낄 수 없고 설혹 안다고 해도 절실하지 않다. 삶에서 헛것을 본다는 건 인류 초창기부터다. 도깨비가 그것을 말해준다. 헛것을 형상화한 것은 고대부터이고 도깨비라 부르며 경계했다. 고대국가인 삼국시대의 자료에서 나타나는 도깨비는 신라, 백제, 고구려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도깨비의 설화와 각종 생필품의 문양에서도 볼 수 있으며 현재까지도 발굴되고 우리가 일상에서 쓰고 있다. 도깨비, 즉 헛것은 정신착란의 허상은 아니다. 심리적인 압박을 계속 받든가. 고난을 길을 걷거나 간절히 원하는 상태에서 얻으려 했던 것이 상상으로 떠오르는 게 대표적인 헛것이지만 조창환 시인은 삶의 허무를 말한다. 어렵게 살든 풍족하게 살든 삶은 힘들다. 그 고난의 삶을 헤쳐 나오면 낙원이 있을 줄 알았으나 삶의 끝머리를 붙잡을 때는 모두가 부질없는 짓이다. 많이 가지면 어떻고 없었다면 무엇이 다른가. 어차피 삶은 한 번뿐이고 더 이상 연장할 수 없으니 짧은 생애 전부가 헛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시인은, 사람이라면 생의 마지막에 느꼈을 허무를 한 편의 작품으로 승화하면서 이까짓 헛것을 보기 위하여 고난의 행군을 한 것이 억울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아무튼 허무하다는 것은 만인의 공통이지만 조금이라도 보람된 삶을 살아가려면 정직과 솔선수범의 행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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