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장 시인
이오장 시인

삶을 한마디로 설명하라면 대답은 전부 다르겠지만 허영자 시인은 한 편의 시로 정확한 대답을 한다. 언어의 구조에서 단편을 찾아내어 요약한 말이지만 이보다 확실한 답은 없을 것 같다. 세상은 아름답다. 풍족하게 사는 사람들이 보는 세상과 가난에 찌든 사람들이 보는 세상은 완전히 달라도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은 지구에서 바라보는 은하계의 별과 다르지 않다. 밤하늘을 밝히는 별빛의 찬란함에 아름답지 않다고 하는 사람은 없고 우주에 속한 지구는 사람은 품어 더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정한 흐름을 가진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우주는 흘러간다. 사람의 생명도 마찬가지다. 영원히 살겠다는 욕심을 가져도 주어진 삶이 끝나면 소멸한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일정하고 빈부의 차이가 없다. 그렇지만 그 사실을 알 때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생의 끝자락에 들어섰을 때다.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사리를 분별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아니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뒤 자기 눈으로 해석한 답을 찾는 때는 나이가 들어서다. 어쩌면 죽는 순간까지 철 들지 못하는 게 사람이다. 우리가 성인이라고 추앙하는 사람들도 깨달음을 얻는 순간은 그때다. 사람은 그렇게 살다가 삶의 최후에 닿는다. 허영자 시인은 마치 고승의 오도송을 듣는 듯 울림이 큰 작품을 썼다.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 밖에는"라는 시구(詩句)를 듣는 순간 아차,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회한에 젖을 수밖에 없다. 한 편의 시로 삶의 전부를 해석한 작품은 많지 않다. 많은 경전을 찾아봐도 어렵고 해석 불가한 말이 많은데 이처럼 명확하게 삶을 짚어낸 시인의 혜안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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