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장 시인
이오장 시인

지구는 분명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이다. 멈춰 있는 식물의 기반을 이용하여 사람은 자신의 삶을 고정하지 않고 이동한다. 이것은 움직이는 이동성을 떠나 마음속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곳에 머물러도 다른 곳을 생각하고 언젠가는 떠나가려는 자세를 취한다. 마음, 즉 뇌의 활동은 고정되지 않는 추와 같다. 무게를 가질 때나 비었을 때도 하나의 관계를 믿지 못한다. 한 사람과의 사귐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과의 인연을 맺고 사랑을 하며 그렇게 살아간다. 신을소 시인은 자기 고장을 떠나 다른 곳에 임시로 머무르고 있거나 여행 중인 나그네를 그리는 동시에 마음의 이동을 주시하였다. 몸으로 보여주는 행위와는 다르게 마음의 상태는 다른 곳을 향하고 끝맺음하지 못하는 사랑을 정의한 것이다. 살면서 결코 한 사람만을 사랑하지 않는다. 환경과 삶의 변화에 따라 사랑도 이동성을 가지며 잠시 머무르거나 영원히 정착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별은 공유하던 공간의 어긋남일 뿐이다. 예정에 없던 필연의 걸음이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삶의 터전이 중요하기 때문이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이동성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마음의 이동이다. 사람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이나 모두 나그넷길을 간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떠나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런 중에도 사랑을 하고 결실을 보며 삶을 꾸린다. 하지만 정신적인 고난은 심하다. 놓친 물건을 잊히지만 놓쳐버린 사랑은 영원히 아픔으로 남는다. 하지만 어쩌랴, 언제나 한 번도 주인이었던 적이 없는 삶으로 영원한 나그네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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