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류근원
동화작가 류근원

생각지도 않게 생을 마감하는 사람의 소식을 접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우리는 언제 어떻게 사고를 당할지 예측할 수 없다.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 교통사고, 살인마에 의한 죽음 등, 죽음의 그림자는 언제 어떻게 드리워질지 아무도 모른다.

특히 너무 일찍 찾아온 죽음 앞에서도 시한부 환자들에게 장기를 떼어주고 하늘나라로 떠나는 사람을 보면 삶이 무엇인가를 한참 생각하게 만든다.

지난달 13일 뇌사 상태였던 20대 중반 아름답기 그지없던 박래영 씨가 장기기증으로 심장, 간장, 신장을 4명에게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고인은 출근길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달려오던 차에 치여 사고를 당했다.

지난 8월에는 젊디젊은 20대 초반 정희수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과 간, 신장을 기증, 6명에게 새 생명을 주고 하늘나라 천사가 되었다. 고인은 직장에서 일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사회 초년생으로 제빵사가 꿈이었다. 하늘나라에서 아름다운 사람들을 위한 가장 맛있는 빵을 만들고 있으리라.

7월 30일 바라만 봐도 눈부신 20대 초반 해금 연주자인 이지현 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장, 신장을 기증해 3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나라 천사가 되었다. 7월 5일 귀가한 후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에 빠졌다. 하늘나라에서 해금 연주로 하늘나라를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으리라.

우리에게 한없는 기도를 하게 만들었던 5살 아영이가 지난 6월 29일 심장, 폐장, 간장, 신장 등을 4명의 또래에게 기증하고 하늘나라 아기천사가 되었다. 아영이는 2019년 10월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지 닷새 만에 간호사의 학대로 뇌사 상태가 되었다. 온 국민의 가슴을 울분과 아픔으로 먹먹하게 만들었던 아영이었다.

시한부 환자들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떠나는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러나 그 슬픔 속에서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움을 공유하게 한다.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다시 살아나는 환자에게 빛이 되고 꽃이 되고 나무가 되어준다.

왜 사람은 따뜻하게 살아야 하는가? 왜 사람은 아름답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준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의 장기를 받아 새롭게 태어난 사람의 이야기가 가슴에 남아있다.

“끝없는 기다림 속, 삶을 포기할 즈음 장기 이식 소식이 왔어요. 이식을 받고 가장 먼저 생각난 게 ‘누굴까? 나에게 새 생명을 준 그분은?’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장기기증 동의서에 서약했어요.”

너무 일찍 찾아온 이별 소식은 김종서의 장기 기증자를 위한 노래 ‘난 떠나간 게 아니야’를 자주 흥얼거리게 만들고 있다.

“… 다시 난 사는 거야/ 잠시만 기다려 주면 돼/ 그 누구의 밝은 눈이 되어 다시 널 보게 될테니​/ 다 쓰여지고 남은 건 모두 뿌려주면 돼/ 니가 다니는 그 길에 그늘 드리워 가끔은 가까이 널 느낄 수 있게….”

비 온 뒤 수은주가 코트 깃을 여미게 한다. 추운 겨울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올겨울은 질화로 속의 잿불 하나를 가슴에 늘 담아두며 지낼 것 같다.

 

 

저작권자 © 수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