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로부터 시진핑 중국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좌로부터 시진핑 중국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백악관)

 

미국은 트럼프 정부 당시인 지난 2018년 7월부터 중국 제품에 광범위하게 고율 관세(25%)를 부과하고 있다. 무역법 301조(1974년 제정)를 근거로 한 조치다. 이후 미 정부는 549개 품목에 대해 고율 관세 부과에 예외로 두었으나, 해당 예외 조치는 2020년 말 종료됐으며, 바이든 정부에 들어서 352개 품목으로 품목 수를 줄여 예외 조치를 다시 적용했다(2022년).

중국은 자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무역법 301조)에 대해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심지어 미국 내에서도 해당 조치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며, 관세의 인하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추진되지 않았다.

지난 7월 6일 미국 재무부의 재닛 옐런 장관이 방중해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으나, 미국의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은 지난 8월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반도체 등의 3개 첨단산업 영역에서 미국에 중국 기업이 자본 투자를 하는 것을 제한하는 ‘행정명령 제14105호’를 발표했다. 국가 안전 및 보안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이에 중국은 반발해 대응 정책으로 갈륨·게르마늄 등 차세대 반도체 원료의 수출 통제를 시행한다.

미·중은 미래 패권의 향방을 가를 첨단 반도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정치·경제·안보 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기에 이 같은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중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미국의 적극적인 안보 강화를 꾀하는 ‘행정명령 제14105호’다.

우리는 미국처럼 외국기업의 투자를 통제하는 실정법이 없다. 하지만 우리 역시도 국익이나 국가안보에 직결하는 첨단핵심기술은 무척이나 중요하기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21일 국회도서관은 2023-24호 ‘최신외국입법정보’를 발간하며, 기술한 미국의 ‘행정명령 제14105호’에 대해 보고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행정명령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해외기업의 투자계획에 대해 사전 신고 혹은 금지를 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첨단분야에서 해외투자가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대처할 수 있는 법적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으며, ‘국가 핵심역량수호법안’과 ‘대외투자투명화법안’ 등을 발의했다.

그리고 지난 8월 행정부가 ‘행정명령 제14105호’를 발표하면서, 국가안보와 직결하는 기술이나 제품에 대한 투자규제를 시행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규제대상을 아주 좁게 규정하면서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즉 중국 기업의 투자만을 그 규제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명령 제14105호에 따르면 국가안보와 관련한 사업을 하는 미국인은 중국 또는 중국인에게 투자하는 것을 금지·제한한다.

사모펀드나 인수합병·벤처 캐피털 방식의 지분인수는 물론, 중국에서의 용지를 매입해 공장이나 사업장을 신규로 건축하는 방식의 그린필드 투자, 합작 투자, 지분 전환이 가능한 부채금융거래 등을 규제하고 있다.

행정명령 제14105호에 따라 재무부 장관은 관련자 및 투자자를 소환 조사할 수 있으며, 해당 투자가 금지 대상일 시 해당 거래의 파기 또는 무효화, 강제 매각 등을 할 수 있다. 또 해당 행위가 범죄에 해당할 경우, 법무부 장관에 회부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이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해외의 투자거래를 얼마나 심각한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특정 첨단기술은 군사 정보 등의 역량을 강화하는 기술이므로, 안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방어할 필요성이 있으며, 기술적인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데에도 필요성이 있다.

우리 역시도 같은 이유로 법령의 제정을 고려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특히 행정명령 제14105호는 실효성을 위해 우리나라에 공조 요청을 근거할 수 있는 규정을 명시하는바,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편 지난 9월 독일은 미국에 이어 화웨이 등 중국의 부품을 5G망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해당 부품들이 중국을 위한 첩보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는 위험 때문이다. 이에 앞서 미국은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있을 수 있다며, 지난 2019년 화웨이를 ‘우려 거래자’ 리스트에 올린 바 있다.

화웨이 등 중국 제품에 대한 우려에서 우리 역시도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20일 이상욱 서울시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서울 지하철에 설치된 총 1236대의 통신장비 중 1181대가 화웨이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해당 제품은 해킹에 취약한 백도어가 설치돼 있어, 심할 경우 정보 조작은 물론 사회 혼란을 초래할 정도의 사고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중국의 경제 보복은 우리에게 큰 위협이기에 화웨이 등 중국 제품의 퇴출은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다만 미국의 행정명령 제14105호에 의거한 공조를 이유로 그에 대응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대응법을 마련할 필요성은 절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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