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장 시인
이오장 시인

잔잔하게 흐르다가 한자리에 고인 물은 삶의 상징이다. 떠돌이가 되어 방황하던 삶이 아늑한 곳에 자리를 틀고 안락한 평안을 이룬 순간은 최고의 행복이다. 호숫가에 서서 지긋이 물을 바라보면 가끔 불어오는 바람이 방해 할 때도 있지만 온갖 것을 품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는 물은 누구에게나 평화를 준다. 그러나 물결이 일어나 흔들어 대면 금방 사라지는 환상으로 변하여 불안하다. 물결을 일으키는 건 바람이지만 마주하는 삶에 큰 파문을 안겨 회오리치게 한다. 이런 현상 앞에서 사람의 심리는 자신의 상황을 비춰보게 되고 회상에 잠기든가 아니면 자연의 풍경에 경탄하게 되는데 대부분은 심리적으로 흔들림을 느낀다. 안수환 시인은 삶의 물결 앞에 섰다. 언제나 지속될 것 같았던 일상이 잔물결에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나 금방 깨닫는다. 바람이 일으킨 물결이 아니라 햇빛이 보여주는 반사 현상이라는 것을, 그리고 옆을 본다. 지금껏 매만져 주던 따뜻한 당신의 눈빛이 잠시 혼란하게 보인 것에 의문을 나타낸다. 옆에서 늘 지켜주던 그 눈빛이 잠시 흔들리게 보인 것이다. 그러나 곧바로 후회한다. 오늘 하루 고달픈 보폭을 건너다가 피곤하여 당신의 뜨거운 눈빛을 오해했다고, 빈틈없이 주던 당신의 축복이 어찌 변할 수 있겠냐는 고백으로 어색함을 풀어버린다. 안수환 시인은 짧은 일상의 한 장면을 아름답게 일궈가는 사랑으로 표현하고 빈틈없는 삶의 모습을 스스럼없이 밝혀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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