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한정규
문학평론가 한정규

어느 날 늦은 오후 어둠이 서서히 시야를 가리는데 주택가 골목에서 젊은이가 술에 취해 노래를 부르다 듣기 거북한 쌍소리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길가는 여인에게 지나친 농담을 하는 등 소란을 피워 모두가 불안해했다.

그때 80대 중반의 노인이 그곳 그 젊은이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젊은이가 그 노인을 보고 나이 먹어가지고 어두워지는데 골목에서 어슬렁거리며 보긴 왜 보는 거야? 저리 꺼져 빨리 꺼지란 말이다. 라며 시비를 걸었다.

그 노인이 젊은이가 낮부터 술에 취했군? 어서 집으로 가시지? 그러자 그 젊은이가 이 늙은이를 하며 오른 손을 치켜들고 때리려 한다.

그러자 그 노인이 “늙었다고 내게 함부로 그러는데 그러는 것 아니야.”

노인이 젊은이에게 “늘 그렇게 젊을 줄로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 젊음 잠시 잠간이다. 그것도 모르고?”

“이 늙은이가 젊은 내게 또박 또박 말대답을, 망신사기 싫거든 어서 꺼져. 꺼지란 말이다.”

그 때 화가 났는지? 그 노인이 “여보 게 젊은이 ‘당신 늙어보았나? 그래 난 젊어보았다.’ 하지만 난 젊었을 때 그렇게 살지 않았다. 지금 당신 젊다고 이 늙은이에게 버릇없이 그러는 것 아니야.”

“어제 밤 잠 자리가 뒤숭숭하더니 저런 늙은이를” 그러며 혼자서 쭝얼쭝얼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예나 지금이나 그런 저런 사람이 살고 있는 건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4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선 젊은이들이 인륜도덕을 중시 늙은이들에게 말 한마디도 함부로 하지 않았었는데 그런 풍습이 점점 찾아 볼 수 없이 변해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동물들도 모여 살며 질서유지를 위해 어미 지시에 따라 행동을 하는데 인간들 하는 짓이 짐승들만도 못하다.

태국의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개떼들이다. 일정한 집이 없어 떠도는 들개들이 모여 살며 새끼를 낳아 키우며 산다.

많게는 수십 또는 수백 마리가 모여 집단생활을 한다. 비록 개들이지만 질서 있게 움직인다. 먹을 것을 두고 싸우지 않는다. 그런 짐승도 질서유지를 위해 양보도 하고 먹을 것을 두고 싸우지도 않는데 인간들 하는 짓이?

20세기 후반 이후 한국만 해도 과학문명이 크게 발달 삶의 행태가 다양화되며 삶의 질 또한 크게 향상되자 수 세기 동안 쌓아온 인륜도덕이 무너지며 새로운 문명이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

나이가 많다고 존경받은 수 세기 이어져 온 인륜도덕이 무조건 지켜지는 시대는 끝났다. 그래서 나이 먹은 늙은이들 입에서 쉽게 나오는 말이 이보게 젊은이 당신 늙어보았느냐 난 젊어보았다. 그 말 어렵지 않게 뛰어 나올 수밖에.

시대가 변하니 변하지 않은 것 없다 하지만 변해도 너무 빨리 변해 그래 변해서는 안 되는 것까지 변하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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