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관섭 정책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관섭 정책실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6개 중앙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총선을 겨냥한 여권의 '새판짜기'라는 분석이다.

이번 개각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제외됐다. 여권에선 한 장관이 총선 정국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로 보고 총선 직전까지 몸값을 키우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를 차질없이 마무리하라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현재 인요한 혁신위가 요구한 당 중진·친윤 의원들의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 혁신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당 지도부는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대해 혁신위의 역할을 벗어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때문에 혁신위 활동이 조기에 종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의도로 컴백하는 장관들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일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활용 방안이 관심사다. 당내에선 서울 종로나 용산 같은 상징성이 큰 지역에 출마하거나 당 비대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 등을 맡아 총선판 전체를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혁신안에 미온적인 당 지도부를 겨냥해 원 장관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인천 계양을에 출마해 이재명 대표와 진검승부를 펼치는 방안도 모색된다. 지난 대선 당시 '대장동 1타 강사'라는 칭호를 얻을 만큼 누구보다 이 대표 저격수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다. 원 장관도 직접 언급은 하지 않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원 장관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보수의 통합과 중도로의 확장은 제가 늘 생각하는 정치의 기본 방향 중 하나였다"며 "정치 일선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되면 그런 역할을 최우선에 두고 움직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마 지역에 관한 질문에도 "당에서 가장 많은 간판을 달고 오랫동안 선거를 치뤘다. 그에 걸맞은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희생과 어려움이 있어도 앞장서고,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개각에서는 제외됐지만 연말이나 연초 교체 가능성이 큰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총선 출마 여부도 관심사다.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하려면 공직자의 법적 사퇴 시한인 내년 1월11일까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한 장관은 최근 총선 출마를 의식한 듯 전국을 돌며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지난 11월17일 대구를 시작으로 21일 대전, 24일 울산을 방문하며 시민들과 소통했다. 특히 한 장관은 지지자들 앞에서 "여의도(국회) 화법 대신 나머지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며 총선 출마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후에도 한 장관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진 배우 이정재씨와 만난 사실을 언론을 통해 공유했고, 아내 진은정 변호사까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총선을 겨냥한 정무적 기획"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당내에선 한 장관이 전체 선거를 이끄는 선대위원장의 역할이나,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 야당의 거물급 인사와 맞대결을 벌이는 자객 출마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한 장관의 최근 행보에서도 유의미한 정치적 무게가 실리고 있는 만큼 그의 출마는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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