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류근원
동화작가 류근원

12월도 중순으로 치닫고 있다.

행인들의 발걸음이 여느 때보다 빠른 느낌이다. 올해가 가기 전 마무리해야 할 일로 바쁜 모습이다, 더 바쁜 사람들이 있다. 속전속결과 질질끌기에 달인들이 많은 곳 정치권이다. 특히 국회와 법원이 그 대표적이다. 민생을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 산적해 있지만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여야 모두 회기 안에 끝낸다고 하지만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일이다.

법원의 질질끌기 재판은 지난 정권 시절 지긋지긋하게 보아왔다.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들이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석방되고 말았다. 간첩 피고인들의 재판지연전략에 법원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이러고서도 대한민국의 법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여곡절 끝에 대법원장이 임명되었다. 대법원장 공백 74일 만에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되었다. 여야 막론하고 높은 찬성표를 받았다. 민주화 이후 취임한 대법원장 중, 가장 높은 찬성표를 얻은 대법원장은 이일규 대법원장(94.2%)이다. 대부분 70%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임명되었다. 전 정권 시절, 김명수 대법원장만이 가장 낮은 53.7%로 임명되었다. 그 결과인지 가장 많은 불신을 받은 대법원장이 되고 말았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사례는 단 두 차례이다.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지명한 정기승 대법원장 후보자, 두 번째는 지난 10월, 현 대통령이 지명한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이다. 거대 의석을 지닌 야당 탓도 있지만, 대통령 비서실도 문제가 있다.

신임 대법원장의 어깨가 정말 무겁다. 그의 앞에 놓인 법원은 지금까지 판결이 뒤죽박죽이었다. 지난 정권은 재판 지연과 판사의 정치 성향으로 불신이 극에 달했을 정도였다. 대놓고 저들 편에 선 피의자들에겐 질질 끌기를 일삼곤 했다.

조국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은 3년 2개월 걸렸다. 위안부 할머니의 후원금 횡령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은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2년 5개월이 걸렸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도 3년 10개월이 걸렸다. 그 사이 울산시장은 임기를 마쳤고, 황운하 의원은 정치탄압이라며 항소를 신청했다. 두 의원은 항소와 상고로 내년 5월까지 국회의원 임기를 의기양양하게 다 채울 것이다.

신임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임 기간 시 기울어진 사법 정상화를 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법원은 언제 기사회생할지 기약이 없을 것이다.

대법원장의 임기는 6년으로 정년은 70세이다. 신임 대법원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3년 6개월밖에 없다. 기울어진 사법부의 저울을 수평으로 잡아야 한다. ‘지체된 정의’라는 희한한 말도 없애야 한다. 정치인들에게는 속전속결로 심판을 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할 수 없게 해야 한다. 정치 편향색을 대놓고 드러낸 판사들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

할 일은 산더미이다. 시간은 많지 않다. 그래도 해야 한다. 한눈팔지 팔아야 한다. 현 정권의 눈치를 보아서도 안 된다. 오로지 국민만을 보며 나아가야 한다.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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