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광열 새건병원 대표원장
임광열 새건병원 대표원장

하루에 수십명의 환자분들을 보게 되는 직업상 컴퓨퍼 모니터 앞에서 차트를 작성하고, 여러가지 문서 작업이 많은데, 20여년을 지내다 보니 목이나 허리의 통증을 항상 달고 산다. 스스로 진단도 해보고, 운동이나 자세 변경 등으로 버텨 보지만 어느 정도의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넘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떤 환자분들의 경우에는 저 정도의 통증 때문에 굳이 병원에 와서 진료를 봐야 했을까 생각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막상 검사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면 방심하면 안되는구나 하고 깨우칠 때도 여러 번 있었다. 통증의 중요성에 대해 인정을 하고 접근하게 되면 다양한 증상과 반응을 경험하게 되는데 중요한 것은 환자분들의 느낌을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고, 그 속에 해답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근육이나 관절이 아픈 환자분들에 대한 진료는 결국 통증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는 통증이라는 것이 병을 치료하면서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불편감이라고 간과했다면, 최근에는 통증 자체가 병이라고 인식을 한다. 통증만을 위주로 치료하는 통증의학과가 많이 생기고, 통증의학에 관한 학회가 연일 문전성시인 것을 보면 최근 트렌드를 알 수 있다.

통증의 사전적 의미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괴로운 느낌이나 상태”이고 의학적으로는 “특수한 신경 자극에 의해 생기는 불쾌함, 고통으로서 당사자가 원인을 회피하려고 하기 때문에 방어 기구의 역할을 한다”이다. 아프다는 느낌을 피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지만,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통증이라는 신호를 통해 우리 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게 되어 병이 나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치료하는 입장에서는 통증이라는 것이 개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이다 보니 정확하게 측정하고 공감하는 것이 쉽지는 않고, 우리말이 통증을 표현하는 단어가 다양하다 보니 더욱 그렇다. 예를 들어 80대의 할머니가 오셔서 “며칠전부터 허리가 우리하게 아프고, 뻐근하면서 골반이 빠지는 것 같은데, 다리까지 시리고 저리면서 화끈거린다”라고 하신다면 불편감에 대한 판정은 의사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통증이 얼마나 심하고, 오래 되었는지, 어떤 양상인지, 긴급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정이 중요할 것이다.

충분히 대화하고 왜 아픈지에 대해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의사와 환자가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진료가 어렵다. 예전에는 어느정도 아프면 참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요즘에는 환자분들도 다양한 매체를 접하다 보니 가벼운 통증이 큰 병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노출되어 막연한 두려움과 과도한 걱정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도 무시 못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관절만 해도 수십가지 진단이 내려질 수가 있기 때문에 통증에 대한 최근의 치료 방식을 일률적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없고 최근에 생긴 통증이라면 받아들이고 느끼며, 지켜보는 것이 좋다는 것에 이견이 없다. 통증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예민한 반응도 정서적으로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생활 자세, 활동량이 이전과 바뀐 것은 없는지 스스로 되돌아보고 필요하다면 스스로 생활 방식을 바꿔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문제가 있고 통증이 3개월이상 지속되거나 자주 재발을 하게 되면 방치하지 말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의학적인 검사나 적절한 치료를 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3-6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된다면 만성 통증으로 진단하게 되는데 치료가 상당히 어렵고, 완치가 쉽지 않다. 통증을 느끼게 되는 신경전달체계가 손상되어서 예민해지고, 되돌리기가 어려워서 원인에 대한 치료가 되었더라도 과도한 통증이 남게 되기 때문이다.

만성 통증으로 진행되기 전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약을 먹으면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생각에 투약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환자분들이 의외로 많은데, 약물 오남용은 당연히 피해야겠지만, 다양한 약물을 투여해서라도 집중적으로 통증을 감소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 통증으로 이미 진행되었다면, 진통소염제 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신경에 작용하는 약물이나, 항우울제까지도 사용해 볼 수 있다. 신경차단 주사, 조절된 운동 프로그램, 재활과 물리치료등을 복합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은 필수적이다.

수년간 관절통증으로 고생했던 환자분들이 의외로 본인이 복용했던 약이나, 주사치료에 대한 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통증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면, 치료 과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치료를 하는 의사들도 통증에 대해서는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고, 질문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그대의 육체가 바로 그 사람이다”라고 하여 건강한 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몸에서 오는 통증의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아픈 것만큼 서럽고, 자신을 위축시키는 것이 없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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