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 방황하는

너는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

멀리 골목길 귀퉁이를 걸어오는 발자국

더디게 피는 꽃들 기다리던

창문에는

밤새도록 기침해대던 봄비

어린 눈동자로 맺혀 있다

쌀을 안치고

밥 타는 냄새를 맡았다

가출한 자식을 두고도

밥이 잘 넘어간다

부모에게 더 기대할 게 없어 떠난 거라고

더 나아지기 위해 나빠지고 있는 거라고

겨우내 갇혀 있던 뱀 한 마리

독오른 몸뚱이로

꽃샘추위 속을 쏘다니고 있다

 


 

김기덕 시인
김기덕 시인

꽃샘추위는 봄이 오기 위한 진통이며, 꽃 피는 시절을 위한 성장통을 상징한다. 아이의 가출에서 엄마의 마음엔 미움과 걱정이 공존한다. 잘되라고 혼내거나 잔소리한 것인데 받아들이지 못하고 품을 뛰쳐나간 못난 자식에 대한 미움과 걱정의 상반된 마음이 잘 표현되어 있다. 최선을 다하는 방황은 어떤 방황일까? 참으로 시인의 표현이 생경하며 함의적이다. 힘들지만 꺾이지 않는 의지가 있다. 단순한 오기만이 아니라 자신의 뜻을 드러내며 관철하고자 하는 독기를 품고 있다. 그 독은 자신을 보호하며 강한 자로 성장해 가는 자의식이 될 것이다. 끝내 돌아오지 않음으로 엄마는 아이가 강한 자아의 존재임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엄마는 험난한 세상을 극복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다. 엄마는 아이가 더 성장해 돌아올 것을 믿고 있는 것이다. 꽃을 기다리는 창문이나 기침하는 봄비는 몸은 떨어져 있어도 어디든 함께하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다. 가출한 자식을 두고 밥이 잘 넘어간다는 표현에서 인간적 한계를 느끼게 하지만, 나아지기 위해 나빠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위한다. 안명옥 시인은 인간의 상반된 내면 의식을 절묘하게 묘사한다. 그녀의 범상치 않은 다층적 표현에서 속 깊은 사랑과 다양한 인간 심리를 읽을 수 있다. 독오른 뱀과 꽃샘추위의 상징적 이미지들 또한 더욱 오묘하면서도 심오한 내면 의식을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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