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에 서성이는 봄을 스케치한다

팡팡 터지는 꽃들의 호들갑

화답하는 날갯짓에서 푸른 문장을 만났다

한가로운 구름까지 끌어들인 빽빽한 밑그림은

숨이 차다

물올라 빨개진 참꽃 한 송이 화폭에 담지 못하고

덧칠을 반복하는 것은 서툰 붓질 때문이다

시간을 좇아가는 풍경은 파노라마로 펼쳐지는데

잊히지 않는 문장이 아지랑이로 어린다

온전히 소유하고 싶은 욕망

바람과 햇살이 드나들 여백이 없다는 걸 몰랐다

절정의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가만히 붓을 놓는다

계절을 건넌 풍경화

붉은 나비가 널찍해진 행간을 날아오른다

 


 

김기덕 시인
김기덕 시인

나비의 문장은 어떤 문장일까? 앉을까 말까 하는 파동일까? 훨훨 구름 속을 나는 날개일까? 권순용 시인은 나비의 문장을 꽃들의 호들갑이며 날갯짓의 푸른 문장이라고 한다. 어쩌면 그 문장은 권순용 시인이 죽기 전에 남기고 싶은 문장인지도 모른다. 살면서 그녀는 참꽃 한 송이 같은 문장을 서툰 붓질 때문에 삶의 화폭에 담지 못했다고 말한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시간 속에서 따뜻한 바람과 햇살 같은 문장들을 남기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은 삶의 흔적들이 아지랑이처럼 희미하게 어른거린다. 아름다운 나비의 문장을 삶 속에 그리고 싶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고 세월이 지나 낡은 풍경화처럼 몸과 마음이 굳어졌다. 복잡한 삶의 밑그림을 채우며 서툰 붓질을 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만들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욕망의 붓을 내려놓음으로써 진정한 깨달음의 공간을 얻는다. 그것은 더욱 넓은 행간을 만들며 많은 깨달음을 얻게 했다. 권순용 시인의 나비의 문장은 결국 붓을 내려놓으므로 완성된다. 욕망을 던짐으로 진정한 채움을 얻게 되는 승화된 삶의 문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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