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분을 지난 공기가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새벽녘 서늘한 기운까지 느낄 정도이다. 보이는 산과 들이 단풍 맞이 채비에 한창이다. 논마다 황금빛으로 눈이 부시고 산길에 들어서면 여문 밤들과 도토리들 떨어지는 소리가 발길을 붙잡는다. 감국의 꽃봉오리가 부풀어 오르고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꽃잔치를 벌이고 있다. 밤마다 달은 몸집을 부풀리고 있다. 몸집 부풀리는 달을 보면 왠지 모를 풍성함마저 느낀다.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벌써 목 좋은 곳엔 정당과 정치인이 내건 추석 현수막으로 가득하다. 산과 들에서 느낀 아름다움을 현수막이 해충처럼 갉
대도시가 아니면 봄여름가을 어디서나 풀벌레 새소리, 졸졸 흐르는 개울 물소리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었는데 언젠가부터 산간벽지가 아니면 그 소리 들을 수가 없다. 기억마저 희미하다.맑은 공기 깨끗한 물 파릇파릇한 풀잎 그리고 나뭇잎 싱그러운 숲 그 속에 파묻혀 있을 땐 가슴이 뻥 뚫렸다. 그리고 마음이 두둥실 하늘을 떠돌았다.졸졸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있노라면 금세 시려 올랐다. 거머리에 물려 피를 빼앗기고 모기 때문에 잠자는 것을 잃었다. 반딧불이를 쫓아 들판을 누볐다. 반세기 전 그러니까? 1960년대 이 땅에서 새마을운동
사랑한다고 용기를 내어 물었는데 대답이 없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대부분은 다시 묻든가 아니면 멀리 지켜보다가 시간을 두고 묻는다. 그래도 대답을 듣지 못한다면 원망하게 되며 자신을 돌아본다. 그때가 위험하다. 까닥하면 자신을 포기하는 위험을 초래한다. 사랑은 늘 그렇다. 가장 위험하고 가장 아름답다. 그러나 사랑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 우회의 방향을 틀기도 하지만 끝까지 대답을 기다린다. 강에리 시인은 사랑을 노래하는 게 아니라 사랑의 뜻을 설명한다. 나무는 가만히 있어도 바람에 흔들리고 새는 멀리 있어도 비에 젖듯이 사랑은 자
본지는 지난달 30일 박혜숙 부천시의원(국민의힘. 비례)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만 박 의원의 시정 질의 내용 중 일부가 인터뷰 내용과 겹치는 관계로 피치 못하게 시의회 임시회가 종료된 시점에서 지면에 공개하게 됐다.참고로 박혜숙 의원은 30년 이상 부천농협에 근무하다가 지점장으로 퇴직한 후 지난 2022년 7월 제9대 부천시의회에 입성했다. 현재 전반기 2기 부천시의회 국민의힘 원내부대표직을 맡고 있으며, 윤리특별위원장인 동시에 재정문화위원으로 있다.다음은 박혜숙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Q. 부천시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
‘30년 지기, 평생 동지’라며 이 사람의 당선을 보는 게 소원이라고까지 말한 사람이 있었다. 일반인이라면 아무 문제가 될 게 없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전 정권의 문 대통령이었다. 있을 수 없는 말이었다. 이 말 한마디로 청와대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2018년 6월 울산시장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 정권 청와대가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후보를 울산광역시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온갖 술수를 썼다. 당시 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김기현이었다. 이를 낙선시키려 경찰에 억지 수사를 지시하고, 당내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에게는 공직까지 제안하며
기억이 있어 불행 한 것이 인간이다. 그러나 기억하지 못하여 불행 한 것이 인간이다. 어느 것이 맞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없다. 기억해야 할 것은 반드시 기억하고 잊어야 할 것은 반드시 잊어야 한다. 한데 어렵다. 삶은 자체가 힘들고 어려운 것이지만 기억하지 않아야 할 장면은 항상 떠오르고 꼭 필요한 장면은 떠오르지 않는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같은 현상이며 같은 결과를 낳는다. 필자는 1959년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남자 선생님을 만났는데 너무 무서웠다. 어린아이들에게 서슴없이 몽둥이를 휘둘러 공포심에 떨어야 했고 지금도 그 선생님
1910년 이후 36년의 일제식민통치로부터 1945년 8월 15일 독립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고 1949년 김일성이 한반도 북쪽지역에 정권을 세워 1950년대 초 남북 간에 전쟁을 하고 대한민국이 1960년대 서울구로공단을 시작으로 산업화의 발을 내딛고 경제개발을 이뤄 세계 10위권 이내의 경제대국이 됐다.그 중심에 많은 경제인들이 있다. 안산시와 시흥시만 해도 1970년대 중동지역 등에 진출했던 중견 건설사들이 돌아오면서 1980년대 시화지역에 정부가 바다를 막아 공단을 조성 서울 영등포와 성수동 그리고 경기
하늘이 높고 말은 살이 찐다’라는 천고마비의 계절이 찾아왔다. 바람은 선선하고 맑은 날씨가 연이어 이어지는 가운데 운동이나 나들이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하지만, 점점 일교차가 심해져 몸에 변화가 생겨 심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기온이 떨어지게 되면 몸 안에 혈관은 움츠러들어 심장이나 혈관에 발병 위험성이 높아지고 심각한 경우 돌연사로 이어지기도 하며, 코로나 시대에는 더욱 건강에 유의해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가을철은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인 만큼 일상생활 속에서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있는 위급한 환자를 만날 경우가
지난 8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11대 이사장에 취임한 만화가 조관제 화백을 수도일보가 만났다.조 신임 이사장은 지난 1973년 ‘겨울 이야기’라는 작품으로 데뷔한 이래 ‘장미소녀 로우즈’, ‘만화로 풀어 쓴 고사성어’ 등 여러 작품을 선보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만화가로서의 활동 이외에도 부천만화정보센터 소장과 서울카툰회·한국만화가협회·한국카툰협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조 이사장은 이번의 취임으로 오는 2025년 7월 12일까지로 2년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을 책임지게 된다. Q.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제11대 이사장으로 취임하셨
2023년 5월, 미국의 폭스 방송사가 가짜뉴스 보도로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게 되는 판결이 있었다. 벌금 액수가 무려 1조 원이 넘는다. 2020년 11월 미국 대선 후, 개표 조작 가능성을 반복해서 보도한 폭스 방송사가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방송사가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우리나라는 가짜뉴스로 오히려 돈 벌고, 정치 이득까지 누리고 있는 현실이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둥지까지 털어 불까지 때는 격이다.대장동 사건 핵심인물인 김만배의 ‘허위 인터뷰’ 의혹 사건이 정가를 흔들고 있다. 여권은 대선 공작으로 규정
지나간 것을 보내고 그때를 상기하는 일은 즐거울 수가 없다. 아쉬움은 쌓였고 그것을 털어내지 못한 후회가 밀려들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더구나 성공의 봉오리를 거뒀다면 그 후회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꽃이 피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 기간에 겪는 역경은 말로 형용하지 못한다. 겪어보지 않고는 그 시련을 알 수가 없다. 사람은 그것을 겪지 못한다. 식물에 없는 생각하는 기능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은 꽃에 자신을 비교하고 피고 지는 과정을 삶에 비유한다. 꽃은 전 계절을 다 보내야 피기 때문이고 사람이 가장 좋
전라남도 나주의 나주 나씨 집안에서 태어나 곱게 성장 일찍이 경기도 안산으로 와 터를 잡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는 나혜원님의 삶이야기다.나혜원 그는 오랜 동안 안산에서 자영업을 하면서 적지 않은 실패를 맞보았다 했다. 그런데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뿐만 아니라 실패를 거듭하면서 삶을 위한 남다른 노하우도 쌓았다 한다. 그렇게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불과 커튼을 제작 판매하는 사업을 하게 됐다한다.그동안 살아오면서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한 것이 주변 모든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
한 사람의 생은 줄로 이어진다.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자신도 알 수 없게 삶은 진행되고 끝내 무엇이 남는지를 모르고 생을 마친다. 부모의 피를 이어받아 자신의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삶은 자연스럽게 사회와 어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삶을 이뤄간다. 줄은 이어지는 끈이지만 연연히 맺어지는 삶의 테두리를 만드는 인연을 말한다. 가족관계를 떠나 나와 타자와의 관계, 나와 사회와의 관계 등 많은 줄로 연결된 삶은 줄을 제대로 잡았는가에서 시작되고 결과를 만든다. 잘못 잡든가 잡지 못한다면 어느 한 곳에 머무르다 흔적 없이 마무리되는 것이다.
올여름은 끔찍했다. 극한 호우로 산이 무너지고 집도 파묻혀버렸다. 수많은 고귀한 생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아직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수재민이 많다. 하늘은 언제 그런 피해를 주었느냐는 듯 푸르기 그지없다.여름도 이제 꼬리를 내리고 있다. 흰 구름 둥실둥실 떠가는 파란 하늘 보기가 눈이 부실 정도이다. 가까운 교외로 나가기만 해도 가을이 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아직 따지 못한 빨간 고추가 수채화 모습으로 밭을 장식하고, 논마다 이삭이 패고 있다. 며칠 새로 이삭이 쭉쭉 고개를 내밀 태세이다. 키 큰 칸나 꽃 위로 꽃과
2023년 여름은 그 어느 해 보다 유별나게 변덕스러웠다. 장마 같지도 않은 장마가 우산을 들고 나들이를 하게 했다. 짜증스러운 여름이었다.약 1만 년 전 신생대 제 4기 빙하기가 절정에 이른 때 이산화탄소 농도가 180피피엠까지 떨어졌다가 빙하기가 끝날 무렵이자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있기 전인 1750년경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280피피엠으로 크게 증가했다. 그 후 지속적으로 증가 2007년에는 384피피엠까지 상승했다. 그런 추세라면 2045년경에는 임계점인 450피피엠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또 1750년대에 지구의 년
전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였다. 북한 인민군이 공격한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그날 저녁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국군은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추었다. 눈보라 없는 적막이 한기보다 더 무섭게 느껴졌다. 이튿날 새벽, 인민군이 부르는 인민해방군행진곡이 산야를 뒤덮었다.“우리는 강철 같은 조선의 인민군 /정의와 평화 위해 싸우는 전사/불의의 원쑤들을 다 물리치고/조국의 완전독립 쟁취하리라//”뉴스를 보고 임의대로 각색을 했다.인민군이 불렀던 인민해방군행진곡, 정율성이 만든 곡이다. 보훈처로 인해 정율성이 누구인지 비로소 회자
창밖 희미하게 뜬 달이 구름 사이로 도시를 밝히는 게 보인다. 이 밤 저 달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이진숙 시인과 함께 잠 못 들고 있지 않을까. 38만 4,400km 떨어져 있고 지구의 30% 크기에 80분의 1의 질량을 가진 달이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은 태양과 맞먹는다. 밤을 밝히며 심리적인 효과로 사람들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낮과 밤은 정확히 반반으로 나뉘지만 밤의 절반을 쉬지 않는 사람은 달의 상태에 따라 태양보다 큰 영향을 받는 것이다. 예로부터 문학작품에 달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특히 동양에서는 달을 소재로 한 시가 많고
지난 3월 초 김기현 대표 체제로 전환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내 연대·포용·탕평’을 핵심으로 한 인사를 다수 포진시켰다. 김기현 대표의 이른바 ‘연·포·탕 인선’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을 꼽으라면 이 정치인이 거론된다. 바로 ‘국민의힘 입’을 맡고있는 김민수 대변인이다.김민수 대변인은 김기현 지도부에 입성하기 전 중앙정가보다는 지역 정가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최우선에 둔 그의 정치 행보는 뚜렷한 계파색을 띤 다른 정치인들과는 달랐다.지난 전당대회 당시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도왔으나, 김기현
전혀 술을 마시지 못하므로 술이 뭔지 무슨 맛인지를 모르고 평생을 살았는데 이 시를 읽고 알 것 같다. 소주의 성분이라니, 전혀 낯선 작품이지만 그 속에 삶의 전부가 들어 있다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어렸을 때 막걸리를 담그다 술이 잘못됐다고 소줏고리에 앉혀 시루에 불을 때던 어머니는 방울방울 떨어지는 액체를 가늠하며 불을 조절했는데 왜 그렇게 했는지를 그땐 이해하지 못했다. 가끔 술에 취하여 길가에 주저앉아 신세타령을 늘어놓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 이유도 그랬다. 술은 곡식을 익혀 삭여낸 액체다. 시초의 발견이 어떻든 역사적으로
새만금 제25회 세계잼버리대회가 끝났다. 국제적으로 망신을 산 대회였다. 최악이었다.세계잼버리대회는 1920년 영국의 포우엘 경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국제 이해와 우애를 다지는 보이스카우트의 세계야영대회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제17회 대회를 강원도 고성에서 개최해 세계적으로 국격을 떨쳤다. ‘세계는 하나’라는 주제 아래 고성 대회는 133개국 1만9081명이 참가, 세계잼버리 역사상 유례없이 많은 나라가 참가한 기록을 세우기까지 했다. 특히, 동유럽권 12개국이 참가하여 동·서 화합의 무대로, 명실공히 ‘세계가 하나’ 되는 청소